브라질 아마존 지역의 극심한 가뭄이 지역 경제와 생태계 위협을 넘어 글로벌 식량 안보에 적신호를 켜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 중심 도시인 마나우스의 리오 네그로 강 수위가 12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곡물 수출과 필수품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5일(현지시각) 로이터가 보도했다.
이는 단순히 한 지역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마나우스 항구의 수위는 12.66미터까지 떨어져 작년의 최저 기록을 갱신했다. 이로 인해 아마조나스 주의 62개 지방자치단체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5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가뭄은 식수와 식량 공급, 교통, 전력 생산 등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 지장을 주고 있으며, 특히 강에 의존해 생활하는 주민들의 고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가뭄의 여파는 브라질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식량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 중 하나로, 특히 대두와 옥수수 수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마데이라 강의 수위 저하로 인한 곡물 선적 중단은 이미 국제 곡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식량 인플레이션 우려를 가중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브라질은 세계 최대 대두 수출국으로, 전 세계 대두 수출의 약 50%를 차지했다. 옥수수 수출도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2022/23 시즌에 5,600만 톤 이상을 수출하며 세계 옥수수 시장의 약 25%를 점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마존 지역의 가뭄으로 인한 수송 차질은 즉각적으로 국제 곡물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2024년 10월 초 기준,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 대두 선물 가격은 톤당 500달러를 상회하며 전년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옥수수 역시 톤당 200달러를 넘어서며 6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질의 수출 차질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중국, 유럽연합, 동남아 국가들은 브라질산 대두와 옥수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들 지역의 식품 가공 산업과 축산업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이미 2021년 고점 대비 15% 상승했으며, 브라질의 수출 차질이 지속될 경우 연말까지 추가 10%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특히 개발도상국과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인해 2024년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명이 추가로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안정과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극단적 기후 현상이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마존 지역의 수분 수준이 2026년까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브라질 농업 생산성과 수출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글로벌 식량 공급망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세계 최대 대두 수출국이자 주요 옥수수, 커피, 설탕 수출국인 브라질의 생산 차질은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식품 공급망에 심각한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대두 생산량이 20% 감소할 경우, 세계 대두 가격은 최대 3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의 분석이 있다. 이는 식용유 가격 상승, 사료 비용 증가로 인한 축산물 가격 인상 등 연쇄적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브라질산 커피 공급 감소는 세계 커피 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브라질 농업 생산 감소는 국제 무역 패턴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주요 수입국들은 대체 공급원을 찾아 나서게 될 것이며, 이는 새로운 무역 관계 형성과 함께 기존 무역 협정의 재조정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브라질산 대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대체 공급원 확보를 위해 미국이나 아르헨티나와의 무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의 가뭄은 또한 생태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아마존 민물 돌고래 사체가 발견되는 등 생물 다양성 손실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와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위기 상황에 대응해 브라질 정부는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환경부는 아마존 지역에 대한 긴급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으며, 이는 물 공급 개선, 화재 예방, 그리고 야생동물 보호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또한, 농업부는 가뭄 피해 농가에 대한 금융 지원과 대체 작물 재배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단기적 대책과 함께 장기적인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브라질 상황은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남아메리카 다른 지역, 특히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를 관통하는 파라과이강도 최저 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볼리비아에는 산불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기후 변화가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위기임을 보여준다.
국제 사회의 신속한 대응도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브라질과 주변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 완화를 위한 더욱 강력한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아마존 열대우림의 보존은 전 지구적 기후 안정에 핵심적인 요소로, 국제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브라질 아마존의 가뭄 사태는 기후 변화의 실제적 영향과 그 시급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식량 안보, 생태계 보존, 경제 안정성 등 다양한 측면에 전 세계적인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