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이 3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진영의 선거자금 모금과 지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미국 정치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돈 정치’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양 진영의 선거자금 운용 실태를 들여다보면 현재의 미국 정치 장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바이든 캠프는 올해 8월까지 총 11억 달러(약 1조4400억 원) 이상을 모금했고, 트럼프 진영도 최소 7억2000만 달러(약 9447억 원)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역대 최대의 선거자금으로, 미국 유권자들의 높은 정치적 관심도를 반영한다.
그러나, 동시에 거대 자본의 정치 개입 가능성과 자금력에 따른 선거 결과 왜곡 우려도 제기된다.
양 진영의 지출 내역을 보면 현대 선거 캠페인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
광고비가 가장 큰 비중이다. 해리스 진영은 3억4630만 달러(약 4543억4500만 원), 트럼프 진영은 1억4700만 달러(약 1928억6000만 원)를 투입했다. 이는 미디어가 선거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보여주지만, 이들이 단 한 번의 TV 토론을 한 것을 보면, 정책 토론보다 이미지 마케팅에 치중하는 현상이 뚜렷함을 잘 보여준다.
인건비와 컨설팅 비용도 상당하다. 해리스 진영 7210만 달러(약 946억 원), 트럼프 진영 3510만 달러(약 461억 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문가 집단이 선거 전략 수립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거 캠페인의 전문화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정치인과 유권자 간 직접 소통보다 전문가 집단의 전략 조언으로 선거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음식과 행사 비용 지출 내역은 각 진영의 선거 전략 차이를 보여준다.
해리스 진영은 다양한 식당과 행사나 모임에 음식을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 회사인 케이터링 업체를 이용해 폭넓은 지지층 확보에 주력하는 반면, 트럼프 진영은 패스트푸드점 이용이 많아 서민 친화적 이미지 구축에 힘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규모 선거자금 운용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광고, 이벤트, 컨설팅 등 선거 관련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일시적 경기 부양 효과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생산적인 경제활동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천문학적 규모의 선거자금이 실제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국 대선이 자금력에 의해 선거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거대 자본의 정치 개입 가능성도 지적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 내에서 선거자금 제한, 투명성 강화, 공영제 확대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론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은 민주주의의 축제이자 돈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함께,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선거자금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