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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상 최대 초박빙’ 美 11월 대선 커지는 ‘직선제’ 목소리

김현철 기자

기사입력 : 2024-09-29 13:06



미국민의 대통령 직선제 및 간선제 지지도 추이. 초록색이 직선제 지지 여론이다. 사진=갤럽이미지 확대보기
미국민의 대통령 직선제 및 간선제 지지도 추이. 초록색이 직선제 지지 여론이다. 사진=갤럽


차기 대통령을 뽑기 위한 제47대 미국 대통령선거가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승자를 섣불리 예측하는 미국 언론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증도하차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아 민주당 대선후보로 투입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백악관 재입성을 위해 공화당 대선후보로 다시 나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이 워낙 대혼전 양상을 빚으면서 누구도 승자를 장담하기 어려운 초박빙 구도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ABC뉴스는 “이번 대선은 루더포드 헤이스 공화당 후보가 새뮤얼 틸든 민주당 후보를 가까스로 꺾은 1876년의 제19대 대선 이후 최대 초박빙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대선이 역대급 초박빙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으로 나오면서 현재 간선제로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유별난 대통령선거제를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에서 하는 것처럼 유권자의 직접 투표로 결정하는 직선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다.
◇유권자 투표에서 이겨도 대통령 못 되는 독특한 간선제

미국은 유권자의 직접 투표로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총 538명으로 정해진 대통령 선거인단의 투표로 선출하는 독특한 형태의 간선제, 즉 유권자가 대통령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먼저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최종적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당시 헤이스 후보는 유권자들이 뽑는 선거인단 선거에서는 뒤졌으나 확보한 선거인단 수에서 한 표 차이로 이기는 바람에 대통령에 뽑힐 수 있었다.
그러나 선거인단제의 덕을 본 후보는 헤이스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대선에 처음으로 출마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맞붙은 트럼프 공화당 후보도 똑같은 행운을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클린턴 후보는 유권자들이 뽑는 선거인단 선거에서는 트럼프를 300만표 가까이 앞섰음에도 확보한 선거인단에서 227명 대 304명으로 뒤져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유권자 직접 투표에서는 승리했어도 최종적인 선거인단에서 밀려 패하는 불합리한 사례가 되풀이되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꾸는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왔으나 이번 대선이 역대급 초박빙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목소리가 더 힘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美국민 지지 여론은 간선제보다 직선제

간선제를 향한 미국민의 열망은 최근 유명 여론조사업체 두 곳이 잇따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지난 3~15일 조사해 지난 27일 발표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필요성에 관한 미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민의 58%가 현행 간선제를 직선제로 고치는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간선제를 유지하는데 찬성하는 미국민은 39%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갤럽은 “지난 2000년 이후 갤럽이 지속적으로 실시해온 직선제 개헌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미국민의 직선제 지지 여론이 간선제 지지 여론을 꾸준히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갤럽은 “특히 2000년 이후 대통령 직선제 지지 여론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 가운데 82%가 직선제 개선을 지지한 반면에 공화당 지지자들은 32%만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중도층에서는 60%가 직선제 개헌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미국 굴지의 여론조사업체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이 조사에서도 미국민의 65%가 간선제를 없애고 직선제로 대통령을 뽑는 것에 찬성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간선제 유지에 찬성한다는 여론은 35%에 그쳤다.

◇개헌 하지 않고도 사실상 직선제 도입할 수 있는 방안 추진되고 있어

미국 사회에서 대통령 간선제를 직선제로 변경하려는 노력은 사실 지난 20년 가까이 700번이 넘은 개헌 시도를 통해 있어왔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적 이해 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상반된 가운데 국민 여론도 갈려 실제 개헌은 성사된 적이 없다.

그러나 CBS뉴스는 “직선제 도입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28일 지적했다.

갈라진 국론 때문에 성사가 난망한 개헌보다 현행 헌법 하에서도 주정부 차원에서 합의해 사실상 직선제 도입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지난 2006년 처음 제안돼 현재 상당수 주정부가 참여한 ‘주간 직접투표 협약(NPVIC)’ 때문이다.

이 협약의 핵심은 각 주의 선거인단을 뽑는 미국 유권자들의 직접 투표에서 승리한 대선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차지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바꿔 말하면 각 주별로 승자에게 그 주의 선거인을 주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직접 참여하는 전국 득표에서 이긴 대선후보에게 협약에 가입한 주 전체의 선거인을 준다는 것.

만약 미국의 모든 주가 이 협약에 참가하고 유권자의 직접 투표에서 나온 선택과 다른 선거인단의 배신 투표가 없다면 전국민 투표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후보가 총 538명의 선거인을 모두 확보하게 돼 직선제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반드시 모든 주가 이 협약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협약에 가입한 주들의 선거인 총합이 선거인단의 과반수인 270명 이상만 되면 다른 주의 선거인 배분과는 상관없이 전국적인 직접선거 결과로 대통령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협약이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협약에 가입한 주가 간선제에 비판적인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주에 국한돼 있고 선거인단 규모도 CBS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이 되는데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 이상에 모자라는 209명에 그치고 있어서다.

이는 NPVIC에는 가입한 주들의 선거인단 수가 270명 이하면 협약을 발효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단서조항 때문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270명에서 61명이 모자라는 상황인 셈인데 앞으로 이 협약에 참여하는 주가 늘어난다면 개헌을 통하지 않고서도 사실상 직선제를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것이 CBC뉴스의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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