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Northvolt)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노스볼트는 감원, 전략적 제휴, 공장 통폐합 등을 통해 비용 절감을 할 것이라고 9일(현지시각) 밝혔다. 노스볼트는 이날 감원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노스볼트의 배터리 생산 차질과 구조조정에 따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BMW가 취소한 노스볼트 배터리 계약 물량을 삼성SDI가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노스볼트 배터리를 사용해온 폭스바겐은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노스볼트가 유럽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제 스웨덴 셀레프테오 공장에서 양극재 배터리 생산을 중단하고, 이 공장에 있는 기가 팩토리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노스볼트는 독일과 캐나다 공장 신설 계획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공영방송 CBS는 노스볼트의 캐나다 공장 가동이 2026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퀘벡 정부가 노스볼트 배터리 공장 건설이 계획보다 최대 1년 반가량 더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노스볼트는 지난해 퀘벡주 몬트리올 인근에 연간 생산능력이 60기가와트시(GWh)인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스볼트가 공격적인 사업 확장 전략을 동원했었으나 유럽에서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라 대대적인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유럽에서 새로운 관세 부과 등 통상 마찰 우려 등으로 노스볼트가 도전에 직면했고, 정부가 관련 업계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였으며 충전소 인프라 구축 작업도 지연됐다”고 짚었다. 이 신문은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공격적인 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갈수록 심각한 경쟁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세계 2위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상징인 폭스바겐은 지난 2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을 최소 2곳 줄이고,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협약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100억 유로(약 14조8000억원)로 책정한 비용 절감 목표를 40억∼50억 유로(약 5조9000억∼7조4000억원) 더 높이기로 했다.
BMW는 노스볼트에 20억 유로(약 22억2000만 달러)에 달하는 배터리 구매 계약 취소를 통보했고, 이에 따라 노스볼트가 성장 전략을 재고하기에 이르렀다고 WSJ가 전했다. 노스볼트는 폴란드 그단스크 배터리 공장에서도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이곳의 생산설비를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노스볼트는 테슬라 경영인 출신인 페테르 칼손이 지난 2016년에 공동 창업한 기업이고, 현재 그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노스볼트는 스웨덴 북부 지역에서 공장을 신설하고 있고, 볼보와 제휴로 스웨덴 남부 지역에서 공장을 짓고 있으며 독일과 캐나다에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노스볼트의 주요 고객사는 BMW, 볼보, 폭스바겐, 스웨덴의 스카니아 등이며 현재까지 약 55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주문을 받았다. 노스볼트의 지난해 순손실은 12억 달러로 전년(2억8500만 달러)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