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럽 배터리 시장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가 흔들리고 있다. 150억 달러(약 20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독일, 캐나다, 스웨덴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최근 잇단 악재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고 웨스트아일랜드블로그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큰 타격은 BMW와의 20억 달러(약 2조7400억 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이 삼성SDI에게 넘어간 것이다. 지난해 스웨덴 스켈레프테오 공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로 생산이 지연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재는 공장 밖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건에 대한 경찰 조사까지 진행 중이다.
리더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노스볼트 회장 짐 하게만 스나베가 병가를 냈고, 노르웨이 볼렝게 지역 정치인들은 노스볼트의 양극 활물질 공장 건설 계획 철회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피터 칼슨 노스볼트 CEO는 "사업 모델과 성장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며 "해외 확장이 지연되고 자본 수요가 재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생산 목표 축소 가능성도 시사했다.
노스볼트는 올해 1GWh 생산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2025년까지 추가 생산량은 "소량"에 그칠 것이라고 밝혀 어려운 상황을 드러냈다. 이는 전기차 수요 부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유럽 투자 감소 등 악화된 시장 환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칼슨 CEO는 어려움 속에서도 "유럽이 배터리 산업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데 앞으로 몇 년이 매우 중요하다"며 유럽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전 세계적인 전기차 판매 둔화는 유럽뿐 아니라 다른 에너지 부문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남아공 전력회사 에스콤(Eskom)은 내년 흑자 전환을 기대했지만 추가 손실을 예상했고, 쉘(Shell)은 로테르담 바이오 연료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최대 10억 달러(약 1조3700억 원)의 손실을 예상했다.
노스볼트의 이번 위기는 유럽 배터리 산업 전체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노스볼트가 당면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