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식 후보로 선출한 후, 양 진영의 후보들은 경합 주를 중심으로 유세 활동을 본격화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조지아 등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접전을 펼쳤다. TV 광고와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홍보 전략도 한층 더 강화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러닝메이트 월즈와 함께 CNN과 처음으로 방송 인터뷰를 통해 경제, 안보 정책과 주요 비전을 제시하며 유권자 관심을 끌었다.
이런 8월의 대선 열기는 유권자 관심 증대로 이어졌다. 여론조사 결과, 7월 대비 ‘무관심층’이 줄어들고 양 진영 간 지지율 격차도 뚜렷해지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경합 주에서 표심 변화가 두드러졌고, 여성과 젊은 층과 소수인종 유권자들의 해리스 지지로의 부분적 회귀도 나타났다.
이처럼 8월은 미국 대선의 분위기가 한층 고조된 시기였다. 양 진영 전략과 유권자들의 반응이 맞물리며, 11월 대선을 향한 긴장감 있는 레이스 서막이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간 본지는 한 달에 한 번 미 대선 관련 전국 여론 흐름과 7개 경합 주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를 소개해 왔다. 이번에 여섯 번째 시도인 ‘최신 여론조사 – 파이브서티에이트(538)’와 모닝 컨설트 조사를 통해 수치의 변화를 분석하고, 그간의 여론 변화 추이를 진단해 보겠다.
◇ 전국 여론조사, 해리스 역전 뚜렷하나 오차 범위 내
8월에 이어 9월에도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비교의 근거로 삼아 온 신뢰할 만한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8월 초 2.1%P였던 해리스의 우위가 9월 초에는 3.2%P로 소폭 확대되었다.(해리스 47.1%, 트럼프 43.9%)
이는 주목할 만한 변화로, 6월까지만 해도 트럼프가 선두였지만, 민주당의 후보가 해리스로 사실상 교체된 이후 판세가 뒤집혔다. 약 3개월 사이에 5~6%P 정도의 극심한 지지율 변동이 있었던 셈이다.
9월 조사 통계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해리스의 우위 구도다. 해리스 후보가 꾸준히 우위를 유지하며, 그 격차를 조금씩 키우고 있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 결집과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둘째, 여전한 접전 양상이라는 점이다.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는 있지만, 오차 범위 내에 있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는 트럼프 지지층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선거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셋째, 극심한 유권자 양극화 현상이다. 양 진영의 지지층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가운데, 이제 10% 미만의 부동층이 선거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이는 미국 사회의 깊은 분열을 반영하며, 선거 전략이 부동층을 겨냥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선거 과정이 매우 치열할 것임을 예고한다. 각 후보는 지지기반 견고화와 동시에, 중도 및 부동층 유권자 마음을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편, 60여 일 남은 동안 예상치 못한 사건과 후보 실수가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 넘치는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 7개 경합 주 판세 변화
현재까지 나타난 7개 경합 주 판세는 모닝 컨설트에서 해리스가 5곳(미시건, 조지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네바다)에서 우위, 2곳(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동률을 기록했다.
538에서는 해리스가 5곳(미시건, 조지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트럼프가 2곳(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우세했다.
이는 해리스 교체 후 민주당 지지층 결집 효과로 분석된다. 그러나, 트럼프 진영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 해리스 우세라는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지금은 흐름에 주목하자. 치열한 경쟁이 남아있고, 결론은 뒤바뀔 수 있다.
① 애리조나(11명)
모닝컨설트에서는 해리스(48%)와 트럼프(48%)가 동률로 나왔고, 538 평균 수치에서는 트럼프(45.7%)가 해리스(45.4%)를 0.3%P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야말로 초접전이다.
애리조나는 불법 이민 문제에 민감한 지역으로, 선거 초반 트럼프가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해리스로의 후보 교체 이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모닝 컨설트 조사에서 초박빙, 538 평균에서도 격차가 0.3%P로 좁혀졌다.
현재, 애리조나는 초박빙으로 누구의 우위를 점치기 쉽지 않다. 향후 이민 정책과 미디어 전략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며, 유권자 접근 전략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11명의 선거인이 걸려 있는 애리조나는 미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② 미시건(15명)
모닝 컨설트와 538 모두 해리스 우위 추세이지만, 지지율 격차는 미세하다.
미시건은 전통 자동차 산업에서 배터리 제조 중심지로 전환 중으로, 약 15만 명의 아랍계 유권자가 주요 변수다. 해리스(46.5%)-트럼프(44.2%) 구도 이후 해리스가 우위이지만, 2%P 안팎의 근소한 접전이다.
중동 이슈 변화에 아랍계 유권자들의 표심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또한, 경제 정책, 특히 배터리 산업과 일자리 문제가 주요 이슈이다. 도시와 교외, 농촌 간 정치적 성향 차이가 커서 이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③ 조지아(16명)
모닝 컨설트에서는 해리스(50%)가 3%P 앞서고, 538에서는 해리스(46.3%)와 트럼프(45.9%)의 격차가 0.7%P에서 0.4%P로 0.3%P 좁혀졌다.
조지아는 아프리카계, 아시아계, 히스패닉계 인구 비중이 높은 다인종 지역으로, 특히 흑인 유권자가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최근 트럼프의 우위가 흑인 유권자의 민주당 회귀로 다소 약화하는 추세이지만, 그 변화는 아주 미세하다. 향후 흑인 유권자의 향배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경제문제와 이민 정책, 인종 갈등 해소가 주요 이슈로 부각할 전망이며, 양 진영의 정책과 메시지가 부동층 표심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④ 위스콘신(10명)
모닝 컨설트나 538 모두 해리스(53%, 47.5%)가 트럼프(44%, 44.2%) 앞선다. 추세적으로 해리스가 앞서가는 흐름이 견고화되고 있다.
⑤ 펜실베이니아(19명)
모닝 컨설트에서는 마침내 해리스(51%)가 트럼프(48%)를 추월했지만, 538에서는 미세하지만 해리스(46.1%)와 트럼프(45.2%) 지지율 차이가 0.2%P 줄었다. 이는 여전히 치열한 격전이 펼쳐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19명 선거인을 보유한 큰 규모의 북동부 경합 주다. 기계, 전자 제품, 화학 공업, 식품 제조업 등이 발달했다.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이 승리했다.
해리스 합류 후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층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도시와 농촌 표심에 차이가 있으며, 민주당은 제조업 부흥과 도시 유권자 결집에 나서고, 공화당은 농촌에 표밭 다지기 및 에너지 정책 비판에 주력하고 있다.
⑥ 노스캐롤라이나(15명)
모닝 컨설트는 동률(49%), 538은 트럼프(46.2%)가 해리스(45.7&)를 0.4%P로 앞서고 있다. 트럼프 우세가 조금 꺾이는 추세이다. 트럼프 지지율의 하락세가 계속될지, 아니면 반등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15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한 중요한 경합 주로, 2008년 오바마의 승리 이후 2012년과 2020년에는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다. 도시와 농촌 표심이 크게 대비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외 지역 유권자 표심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흑인 유권자 투표율 제고와 교육 정책을, 공화당은 경제 회복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곳은 공화당에 중요한 수성 지역으로, 이 주를 잃게 되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49.93%로 바이든이 얻은 48.59%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 승리했다.
⑦ 네바다(6명)
모닝 컨설트와 538 모두에서 해리스(50%, 45.8%) 후보가 트럼프(46%, 45.0%)에 앞섰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로 대도시권 표심이 관건이며, 라티노와 젊은 층 유권자 반응이 승패에 중요한 분기점이다.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의 비율이 감소하고, 소수인종 유권자가 증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민 정책 강조, 경제 회복 청사진 제시를, 공화당은 치안 강화 약속, 관광업 부양 정책 제시로 맞서고 있다.
◇ 진단과 전망, 치열한 접전 예상
2024년 미국 대선은 현재 전국지지 조사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7개 주요 경합 주에서도 해리스 지지율이 상승세이다. 그러나,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보듯이 트럼프의 지지 기반도 결코 만만치 않다.
해리스 진영은 트럼프의 막판 뒤집기 공세와 트럼프 지지층의 적극적 투표성향을 저지하고, 자신이 당선할 경우 트럼프 지지층의 무효 주장 등 예상되는 반발에 다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9월부터 ‘겸손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포용적 메시지로 소수자와 중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경제 회복, 의료보험 개혁 등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며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후반전 역전’을 노리고 ‘미국 우선주의’를 재강조하며 핵심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 유권자 흡수 차원에서 해리스를 ‘급진 좌파’로 규정하는 공세 전략도 펼치고 있다.
판세의 분수령 가운데 하나는 9월 10일 TV 토론이다. 부동층 유권자 표심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경제 지표, 국제 정세 등 예측 불가능한 외부 요인들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은 동안 선거는 해리스의 ‘포용과 변화’ 메시지와 트럼프의 ‘강력한 국가 지도자’ 이미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역대 최고의 투표율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합 주에서의 근소한 표차가 최종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