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4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1% 넘게 하락하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선을 내줬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동맹국이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가 다음 달부터 시작될 예정인 증산을 연기할 수 있다고 시사했으나 수요 둔화 우려가 확산하자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OPEC+가 10월로 예정된 원유 증산의 연기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OPEC+는 당초 10월부터 2022년 이후 시행했던 자발적 감산을 철회하고 하루 18만 배럴의 원유 증산에 나설 계획이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WTI 선물은 1.14달러(1.62%) 하락한 배럴당 69.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1.05달러(1.42%) 하락한 배럴당 72.70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6월 이후 거의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선임 애널리스트 스베틀라나 트레티야코바는 투자자 노트에 "수요 증가가 불확실하고 심각한 공급 중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아 보이는 상황에서 모든 시선은 다시 OPEC+에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OPEC+가 전략을 명확히 하기 전까지는 전반적인 약세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티모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프랭크 몬캄은 블룸버그에 “OPEC+가 공급량 증가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거래 초반 시장을 다소 진정시켰지만, 현재로서는 시스템 및 거시적인 모멘텀이 상당히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가는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활동 약화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재점화하면서 최근 하락 압력을 받았다.
리비아의 분쟁 종식 기대감도 가세하자 공급 차질 우려가 주춤하면서 유가를 압박했다. 3일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전략가는 투자자 노트에서 "공급 이야기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현재 원유 시장의 심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시장은 중국의 수요 약화에도 불구하고 5월 이후 원유 재고가 감소하는 등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UBS는 시장이 너무 비관적이며,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몇 달 안에 배럴당 80달러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