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인텔이 실적 부진으로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인텔의 추락을 반격의 계기로 삼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 점유율 확대를 추진, 글로벌 패권을 다시 잡는다는 전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적자 탈출을 위해 이달 중 사업 구조조정·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인텔이 인수한 지 9년 만에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기업 알테라를 재매각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야심 차게 육성 중인 파운드리 부문까지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쇄신안에서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을 매각에서 제외한 것은 반도체 사업 철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인텔은 2012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해 2018년 철수했지만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반도체가 필수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2021년 파운드리 부문 재진출을 선언했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를 달성하겠다”고 야심 차게 밝혔지만 파운드리 부문은 2분기 2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인텔의 몰락은 파운드리 부문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졌음을 시사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1위인 TSMC가 62%, 삼성전자가 13%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텔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2위 자리다툼이 시작됐지만 올해 전체 직원의 약 15%인 1만5000명을 해고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운드리 부문의 경쟁력 저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새로운 파운드리 시설에서 메모리 반도체부터 파운드리를 비롯해 반도체 생산과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기업의 장점을 내세워 점유율 확대를 노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파운드리 부문은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러 가지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인텔의 기존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