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오는 11월 5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관련 제조업체에 대한 대출금을 집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31일(현지시각) 에너지부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승리하면 4000억 달러(약 535조6000억 원) 규모의 청정에너지 산업 대출금이 동결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해 이 대출금 배분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가 최근 5개 청정에너지 관련 기업에 모두 65억 달러의 대출금을 지원했고, 또 다른 기업들에 모두 249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미 에너지부는 7월 말 현재 약 200개 넘는 업체로부터 2810억 달러 규모 대출금 신청을 받았다.
미 에너지부는 최근 신속하게 대출 허가를 내주고 있다. 한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는 최근 14억5000만 달러의 대출금을 받았고, 한 배터리 부품 업체는 12억 달러를 받았으며 미국령 프에르토리코에 있는 배터리 저장소와 태양광 업체가 8억6100만 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미국 네바다주에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광물인 리튬을 채굴하는 ‘리튬 아메리카’는 23억 달러의 대출금을 받기로 하고, 연말까지 대출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최근 IRA 대출금을 받은 업체의 절반가량이 배터리와 전기차 공급망 관련 기업이라고 WSJ이 전했다. 미국은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IRA에 따른 청정에너지 분야 정부 대출금 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우려한다. 트럼프는 정부 대출금을 청정에너지 분야가 아니라 원전, 수소 산업과 탄소 포집 등 공화당이 선호하는 분야 기업에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이 짚었다.
그렇지만, 청정에너지 산업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은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의회에서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폐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WSJ이 지적했다. 미 재무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내년 1월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세액 공제 관련 규정과 지출 프로그램을 매듭지으려 한다.
바이든 정부가 IRA 등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국내외 기업에 제공하는 세액 공제 규모가 오는 2033년까지 4280억 달러에 달하고, 이 기간에 미국에 대한 공공 및 민간 투자 금액은 3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미 의회예산국(CBO)이 올해 초 밝혔다. CBO는 미국 정부가 청정에너지 관련 공장 신설과 전기차 소비를 촉진하는 환경 관련 규정 마련 등으로 정부가 기업에 제공하는 세액 공제 혜택이 급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RA 시행 이후 미국에서 청정에너지 관련 제조업 투자가 4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민간연구소 로듐그룹과 매사추세츠공대(MIT) 에너지·환경정책연구센터(CEEPR)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가 지난 2022년 8월 IRA를 시행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이뤄진 실제 산업 및 소비자 투자 규모는 총 4930억 달러(약 657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IRA 시행 직전 2년간 이뤄진 투자 규모 대비 7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관련 제조업 투자가 IRA 시행 후 2년간 890억 달러(약 118조 원) 규모로 이뤄져 IRA 발표 전 2년간 투자 규모(220억 달러) 대비 4배 수준으로 폭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대선 유세에서 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 공제에 대해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액 공제와 세금 인센티브는 일반적으로 매우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세액 공제와 관련한 재무부 규정을 뒤집거나, 의회에 관련 세액 공제의 전면 폐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공화당 내부에도 IRA에 따른 청정에너지 산업 보조금을 지지하며 폐기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최근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8명이 같은 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IRA를 폐기해도 에너지 세액 공제를 그대로 둘 것을 요청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