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식적인 경제지표와 미국 국민이 느끼는 것, 즉 정서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생겼음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어서다.
바이브세션이란 소비자들이 일종의 심리적인 불경기에 빠진 상태를 일컫는 말로,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의 비관적인 인식 때문에 실제 경제 상황과는 별개로 사회 분위기상 경제가 침체 상태에 들어갔음을 뜻하는 표현이다.
◇ 정반대로 움직이는 미국 증시와 노동시장
미국의 유력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 증시가 역대급 호황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노동시장의 불안이 심화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최근 들어 전개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 경제가 바이브세션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 증시는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8주 연속 상승하면서 올 들어 최장기 랠리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의 소매판매도 지난달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를 보이면서 18개월 만에 전월 대비 증가율 0% 국면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미국의 노동시장은 이와 반대로 움직여 실업률이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인 끝에 지난달 현재 4.3%로 2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노동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지표라는 분석이 이를 계기로 나오고 있다.
◇ 실업 예상률 4.4%…2014년 7월 이후 최고치
CNN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 산하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노동시장 관련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뉴욕 연은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미국인 가운데 향후 4개월 안에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지난달 기준으로 4.4%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3.9%보다 0.5%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뉴욕 연은이 이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1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실업자가 될 가능성을 예상하는 응답률이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CNN은 지난달 기준 비농업 부문 고용이 예상 밖으로 11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것도 고용시장이 둔화됐거나 침체 국면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통신은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21일 발표할 예정인 노동시장 통계 자료에 미국 경제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통계국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 사이의 비농업 분야 일자리 증가 추이도 발표할 예정인데, 미국의 일자리가 60만 개에서 100만 개 범위에서 급감했다는 내용이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를 비롯한 월가의 주요 금융사들이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노동통계국이 5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발표할 경우 이는 15년 만에 최악의 일자리 감소 기록이 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노동통계국이 발표하는 통계 자료에 따라 미 연준이 올해 중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의 인하폭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