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9% 상승함으로써 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에 진입함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오는 9월 17일,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게 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금리 인하 폭이다. 월가에서는 통상적인 0.25% 포인트와 이례적인 0.5% 포인트 인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렇지만, 채권 트레이더들과 금리 선물 시장, 전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은 0.25% 포인트를 내리는 ‘베이비 스텝’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블룸버그 통신은 14일(현지시각) “채권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퇴조에 따라 9월 0.25% 포인트 인하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9월 회의에서 기준 금리 인하 폭이 0.34% 포인트가 적정하다고 분석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이들은 7월 CPI가 지수가 나오자 0.5% 인하 베팅을 크게 줄여 이제 그 가능성을 3분의 1 정도로 본다.
이 매체에 따르면 연준이 올해 기준 금리를 1% 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FOMC 회의는 9월에 이어 11월 6, 7일과 12월 17, 18일에 열린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1% 포인트 낮추려면 올해 남은 3번의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내리고, 이 중 한 번은 0.5% 포인트를 인하해야 한다.
골드만삭스의 린세이 로즈너 선임 분석관은 “데이터를 보면 확실히 9월 회의에서 0.25% 포인트 인하를 향해 가고 있으나 0.5% 포인트 인하의 문이 완전히 닫힌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에스더 조지 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이 모두 0.25%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2~24일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향후 통화 정책 기조를 밝힐 예정이다. 파월 의장이 이 연설을 통해 9월 금리 인하를 예고할 것이나 금리 인하 폭에 대한 힌트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마켓워치는 연준이 8월 고용 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리 선물 투자자들도 7월 CPI가 나온 뒤 0.25% 포인트 인하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각) 오후 현재 0.25% 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64.5%, 0.5% 인하 가능성이 35.5%로 나타났다. CPI 지표가 나오기 하루 전까지는 0.25% 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47%, 0.5% 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53%로 집계됐었다. 이는 곧 CPI 상승률이 나온 뒤에 금리 선물 투자자들이 0.25% 포인트 인하 쪽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미 노동부는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고 14일(현지시각) 밝혔다. 전월과 비교하면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것은 물가 상승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2021년 3월(2.6%) 이후 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전월 대비 0.2% 각각 상승했다. 근원 CPI 연간 상승률은 지난 3월 3.8%를 보인 이후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지속하며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7월 CPI 상승의 주범으로는 주거비가 꼽혔다. 주거비가 전월 대비 0.4% 오르며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의 90%를 차지했다. 주거비는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해 CPI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