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오는 9월 17,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인하 폭을 통상적인 0.25% 포인트로 할 것이라는 전망이 월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지난주 초에 7월 실업률이 4.3%로 올라가고, 고용 시장이 급랭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을 때는 연준이 금리 인하 폭을 0.5% 포인트로 높이는 ‘빅 스텝’, 또는 0.75% 포인트로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 연준이 이번주에 긴급 FOMC 회의를 열어 기준 금리를 전격적으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 노동 시장의 둔화 속도가 우려한 만큼 빠르지 않다는 후속 노동 지표 등이 나오면서 주식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연준의 대응도 정상 궤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 시계에 따르면 10일 (현지시간) 오후 현재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51%, 0.5% 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49%를 나타냈다. 이는 금리 선물 투자자들이 9월에 통상적인 금리 조정 폭인 0.25% 포인트를 택하는 ‘베이비 스텝’과 그 이상으로 조정 폭을 올리는 ‘점보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각각 반반으로 본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일주일 전인 2일에는 0.25% 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26%, 0.5% 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74%에 달했었다.
월가의 경제 전문가들도 연준이 9월 회의 때 0.5%포인트 또는 그 이상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6∼8일 경제 전문가 5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 결과 5명 중 4명꼴로 연준이 오는 9월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25% 포인트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 인하 폭을 0.25% 포인트 이상으로 높일 가능성을 10%가량으로 전망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경제 전문가들의 46%는 연준이 정례회의 전 긴급 인하에 나서면 회사채 시장 마비나 유동성 문제 등 금융 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 노동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이들 전문가의 60%가 여전히 탄탄하지만 다소 약화했다고 평가했고, 24%는 노동 시장이 뚜렷하게 약화했지만,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뚜렷한 고용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16%에 그쳤다. 미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69%가 연착륙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22%에 머물렀다.
연준은 작년 7월 FOMC에서 기준 금리를 25bp 인상한 이후 8회 연속 동결했다. 미국 금리는 1년 이상 5.25~5.50%를 유지하고 있다.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매파’ 인사인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10일 미국 경제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위험에 놓여 있다며 통화정책 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먼 이사는 이날 캔자스 은행연합회 행사 공개연설에서 "5∼6월 이뤄진 인플레이션 둔화 진전은 반가운 진전이나 연준의 2% 목표를 여전히 불편하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중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재정정책, 주택시장, 지정학적 위험 등 요인이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먼 이사는 지난 7월 실업률이 4.3%로 전달에 비해 0.2% 포인트 올라간 것이 노동 시장 냉각을 과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먼 이사는 그동안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거나 반등한다면 향후 기준 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해 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