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 홀딩스(Arm Holdings)의 보수적인 실적 전망에 미국 반도체 주가가 2020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Arm의 이 같은 전망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약화되면서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날 Arm 주가는 16% 폭락했다. Arm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컴퓨팅 지출 열풍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매출 증가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 라일리 웰스(B. Riley Wealth)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Arm의 실적 전망이 반도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Arm은 중요한 회사이지만, 올해 평가 측면에서 기대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1% 폭락하며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날 AMD의 호실적과 MS의 AI 관련 지출 급증으로 7% 급등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특히 AI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는 전날 13%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3300억 달러 증가했지만, 이날 7% 가까이 하락하며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이번 반도체 주가 급락은 연준의 긴축 정책 유지와 경기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인텔은 손실을 내고 있는 제조 사업을 중심으로 반전을 모색하면서 인력을 15% 감축하고 배당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텔 주가는 13%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I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과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 등 AI 관련주는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