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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日 엔화, 3월 이후 최고치로 급등...‘슈퍼 엔저’ 시대 저문다

이수정 기자

기사입력 : 2024-08-01 10:35

2024년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을 표시한 전광판 앞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을 표시한 전광판 앞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일본 엔화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달러 대비 2% 넘게 급등하며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이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예상과 달리 정책금리를 인상한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자 금리 격차 축소에 따른 엔화 가치 상승 전망에 힘이 실린 때문이다.

엔화는 이달 초 달러 대비 3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7% 넘게 급등했다. 월초 한때 달러당 162엔까지 하락했던 엔화는 이날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을 뚫고 149엔대로 상승했다.
엔화 가치가 단기간에 큰 폭 상승하면서 시장에서는 지난 2022년 이후 성행했던 ‘엔 캐리 거래’에 따른 ‘슈퍼 엔저’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속속 나오고 있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미야이리 유스케 통화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일본 입장에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여전히 작은 진전이지만, 결국에는 더 큰 추세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면서 “시장 기대가 더 매파적으로 변한다면 엔화가 강세를 보일 여지가 한층 커진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8년 만에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이날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도 엔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우에다 총재는 “경제와 물가 흐름이 일본은행 전망에 따라 움직이면 계속 금리를 올릴 생각”이라며 “0.5%의 벽에 대해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면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은행의 ‘매파’ 변신에 반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에 부합하도록 하락하고 성장세가 강하게 유지되며 노동시장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이르면 9월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슈퍼 엔저’ 시대 끝나나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려는 시점에 일본은행은 거꾸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주요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는 한층 축소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초저금리인 엔화로 자금을 차입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엔 캐리 청산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로 반영했고, 연말까지 총 두세 차례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메이뱅크 증권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책임자인 타렉 호르차니는 로이터에 “헤지펀드들이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전략을 재평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이 9월과 12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 격차 축소로 엔화가 캐리 거래에 덜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엔화 숏(매도) 포지션의 매력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지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재부각되는 점도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 가치 상승에는 호재다.

XTB의 리서치 디렉터인 캐슬린 브룩스는 블룸버그에 “일본은행은 통화정책 정상화의 길로 확고히 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안전자산인 엔화 매수세가 따라올 수 있다”면서 “그동안 엔화가 지정학적 긴장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변동성

이날 일본은행의 예상 밖 금리 인상에 앞서 일본 외환당국은 이달 초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며 엔 캐리 청산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수주 동안 G10(주요 10개국) 통화 캐리 거래의 약 40%가 청산됐고, 엔화 약세에 대한 베팅은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일본 외환당국은 7월에 엔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5조5300억 엔(368억 달러)을 시장 개입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시장 개입 등으로 환율 변동성이 한층 커진 점도 엔 캐리 거래 지속에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미국 국채에 투자할 경우 거의 6%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기대 수익이 크게 줄면서 캐리 거래 동인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노무라의 미야이리 전략가는 “캐리 거래는 환율 변동성이 낮을 때 작동하지만, 변동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포지션을 청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의 내재 변동성은 이날 27%까지 치솟으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UBS의 외환전략 책임자인 제임스 맬컴은 로이터에 “하루에 환율이 5엔이나 7엔이 움직일 수도 있고, 심지어 하루 10엔이라는 역사적으로 극단적인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에는 캐리 거래가 풀리면서 달러·엔 환율이 이틀 연속 10엔씩 움직였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과거에 보아왔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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