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가상화폐 시장 유권자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제 “미국을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가상화폐 관계자들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본격적인 공략에 나섰다.
트럼프는 27일(현지시각)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 연설에서 그동안 가상화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게리 겐슬러 연방거래위원회 (SEC) 위원장을 해임하고, 친 가상화폐 인사를 그 자리에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겐슬러 위원장의 임기는 2026년에 끝난다. 겐슬러 위원장은 최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조기 사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또 “미국이 세계에서 가상화폐의 수도가 되고,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될 수 있도록 계획안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규정이 필요하지만, 그 규정은 여러분의 산업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도록 하겠다”고 가상화폐 관계자들에게 밝혔다. 트럼프는 ‘대통령 가상화폐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스테이블코인의 틀을 마련하고,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가상 자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2024 대선전에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가상화폐 관련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선거 자금 모금 통로로 이용하려 한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트럼프는 가상화폐를 100여 년 전의 철강산업으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가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이 그럴 것이고 다른 나라들이 그럴 것이다. 그들이 장악할 것이고 우리는 중국이 장악하게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은뿐만 아니라 금의 가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달나라로 가고 있으며 난 미국이 그 길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자유, 주권, 정부의 강압과 통제에서 자유를 의미한다"며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탄압은 잘못됐고, 우리나라에 매우 나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한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사실상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량(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의 핵심이 될 것이고, 이 엄청난 부를 모든 미국인이 혜택을 입도록 영구적인 국가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정부가 현재 보유한 비트코인이 21만 개에 육박해 전 세계 공급량의 1%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우리 정부가 모든 비트코인 투자자가 아는 기본적인 규칙을 어겼다”면서 “그것은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재임 기간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일이 절대 없을 것이고, 비트코인과 가상화폐 가치는 여러분의 기대를 넘어 그 어느 때보다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로 지금까지 400만 달러 이상의 선거 자금을 모금했다. 트럼프 캠프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XRP), 스테이블코인, 밈 코인 등으로 선거 자금을 모았다고 CNBC가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제출된 트럼프 캠프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4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올해 2분기에 모든 1억1800만 달러 (약 1634억 원)의 선거 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 최소 19명이 비트코인으로 모두 215만 달러를 기부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가상화폐 업계와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해리스 캠프 측은 가상화폐 업체들과 수일 내로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업체와 가까운 이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 대상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 가상화폐 '리플'의 발행사 리플랩스 등이 포함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