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밀려 전 세계 시가총액 3위로 추락했던 애플이 다시 1등을 노린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4월 19일 165달러까지 하락했다가 뒤이어 꾸준히 상승해 7일(현지 시각) 기준 226.3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28일부터 이달 5일까지 5거래일 동안 7.4% 이상 오른 수치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애플 주가는 15%가량 상승했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나스닥 순위가 다시 바뀌고 있다. 8일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3조4707억 달러(약 4794조7940억원)이다. MS의 시가총액은 3조4750억 달러(약 4800조7800억원)다. 시가총액 차이가 0.123%에 불과하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6월 20일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는 인공지능(AI) 거품론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MS의 주가는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은 애플에 좀 더 유리한 상황이다. 중국 내 애플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애플에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애플 매출의 5분의 1(19%)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저평가된 수치다. 지난 한 해 동안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정부가 중앙정부 관리에게 아이폰의 직장 반입이나 업무 사용을 금지했다. 또 중국 내 관영 기업과 정부 출연 기관의 직원에게도 아이폰 사용을 자제토록 했다. 이와 함께 화웨이 제품의 중국 내 '애국 마케팅' 열풍이 불면서 화웨이 제품의 매출이 급증한 반면, 애플의 매출은 급감했다. 그 결과 2024 회계연도 2분기(3월 마감)에 애플의 중화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다만 애플의 중국 내 매출 감소는 올해 들어 해소되는 모양새다. 5월의 중국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 급증했다. 4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중국 내 매출은 이제 완연히 회복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중국에서의 매출 회복이 애플 기기 간 '상호 연결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애플 기기는 사용자 충성도가 유독 높다. 아이폰 사용자 상당수가 맥(MAC)을 선택하고, 태블릿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이패드를 구입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현재 시중에서 사용 중인 애플 기기는 약 20억 대. 한 사용자가 아이폰-맥북-애플워치 등 복수의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 계산하면 세계 인구 4명당 1명이 애플 기기를 사용하는 셈이다. 중국에서도 애플 충성 고객이 증가하고 있기에 매출 회복은 시간문제였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앱스토어, 애플뮤직(뮤직 스트리밍), 아이클라우드(클라우드 스토리지), 애플 아케이드(게임), 애플TV 플러스(OTT) 등 다양한 구독 서비스들도 애플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중국 내 애플 고객들이 애플의 유료 구독 서비스까지 함께 이용하면서 구독료 부문 매출도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애플의 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도 공개를 앞두고 있는 점도 애플의 매출에 긍정적이다. 애플은 2025년 초 차세대 iOS 18.4 업데이트를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 AI 시스템을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용하려면 아이폰의 경우 아이폰15 프로 이상 모델이어야만 한다. 애플의 AI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내년 아이폰 교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언론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로 애플의 매출이 한동안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