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그리고 이번 주 들어서도 거듭 '완주' 의지를 밝히면서 대선 후보에서 사퇴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지만 흐름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 뒤는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시카고 DNC
바이든이 사퇴한다면 그 시기도 중요하다.
바이든은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 19~22일 '위디시티'라는 별명이 있는 일리노이주 시카고 시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Democratic National Convention·DNC)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다. 이 DNC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emocratic National Committee·DNC)와 이니셜이 같다.
만약 바이든이 사퇴한다면 DNC 이전이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5월 DNC 이전에 대의원 온라인 표결로 바이든을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하기로 했지만,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터라 바이든이 DNC 이전에 후보에서 사퇴하면 오는 11월 5일 대선에 대비할 수 있다.
바이든이 DNC 뒤에 사퇴할 경우에는 복잡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 의장 제이미 해리스가 민주당 주지사들, 민주당 의원들과 먼저 상의한 뒤 후보 선택에 나서야 한다.
해리스 부통령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할 경우 가장 유력한 대타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이 토론에서 참패한 뒤 누구보다 앞장서 바이든을 옹호했기 때문에 바이든 지지층으로부터 반감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해리스는 바이든 러닝메이트여서 바이든을 지지하기로 한 대의원들을 그대로 승계할 수 있다.
아울러 바이든과 공동 선거캠프가 그동안 확보한 선거자금도 무리 없이 넘겨받을 수 있다.
여기에 바이든이 해리스를 지지하고 나서면 민주당 그 어떤 경쟁자들보다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이 후보 자리를 내놓으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J. 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피터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이 해리스 경쟁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거자금, 슈퍼팩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하고 그 자리를 해리스가 넘겨받으면 바이든 캠프가 확보한 선거자금은 해리스가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이미 해리스는 바이든 러닝메이트로 선거캠프를 공유하고 있고, 선거자금 관리만 바이든 측에서 맡고 있을 뿐이다. 해리스 후원금도 바이든 캠프 선거자금으로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선거법연구소의 선임 법률자문가 섀나 포츠는 해리스가 바이든을 승계할 경우 "해리스는 선거캠프의 모든 자금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면서 "이 돈을 자신의 대선 후보 경쟁전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리스가 아닌 다른 인물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다른 후보가 선출돼도 바이든-해리스 캠프가 모금한 선거자금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먼저 이 돈을 DNC로 옮겨야 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가 그 뒤에 대선 후보를 위해 자금을 지출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 바이든-해리스 캠프의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일부 후원금은 뱉어내야 할 수도 있다.
선거캠프 자금을 해리스가 아닌 이도 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슈퍼팩 자금은 그렇지 않다.
1인당 한도가 정해져 있는 선거캠프 후원금과 달리 슈퍼팩은 한도 없이 얼마든지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한 번에 수백만 달러 후원금을 받기도 한다.
미 선거법에 따르면 슈퍼팩과 선거캠프는 서로 직접적으로 연관돼서는 안 된다. 바이든 슈퍼팩은 선거후원금과 달리 바이든에 대한 정치적 후원금이어서 바이든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도 이 돈이 선거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바이든 재선을 위한 슈퍼팩은 현재 여러 개로 바이든이 대선을 완주하면 슈퍼팩 자금이 대선에 활용될 수 있지만 바이든이 후보에서 사퇴하면 누구도 이 돈을 활용하기 어렵다.
완주 의지
바이든은 3일 밤 백악관에서 민주당 주지사들과 만나 자신이 여전히 임기 4년을 더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바이든은 또 4일 필라델피아 WURD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인터뷰에서 자신이 토론을 잘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무대에서의 90분이 지난 3년 반 내가 한 일을 지우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3일 발표된 WSJ 여론 조사에서는 TV토론 뒤 트럼프가 바이든에 6%포인트 차이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80%는 바이든이 두 번째 임기를 맡기에는 너무 고령이라고 답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