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금감원장, 부동산 PF 감축·내부통제 강화 압박 증권사 CEO 소집
이미지 확대보기■ '부동산 PF 부실, 타 업권보다 심각...현장점검 나설 것'
이날 간담회의 핵심 화두는 단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였다. 이 원장은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여신 잔액이 은행이나 보험 등 타 금융권역에 비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단순히 수치상의 경고에 그치지 않았다. 이 원장은 "적극적으로 부실을 감축하라"고 주문하며, 정리가 지연되거나 영업행위에 문제가 있는 증권사를 타깃으로 직접적인 '현장점검'에 나설 것임을 명확히 했다.
특히 부동산 PF 정상화 과정에서 증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업무처리를 하는 관행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의 강력한 주의를 촉구했다. 이는 증권업계가 수익성에만 매몰되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태를 당국이 '현미경 감시'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 '금융소비자 보호는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이 원장은 증권사 경영 전반에 '금융소비자 중심의 DNA'를 이식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제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투자자의 입장에서 수용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핵심성과지표(KPI)의 개편이다. 이 원장은 "고객 이익과 투자자 보호 노력이 KPI에 균형 있게 반영될 때 비로소 투자자 친화적 사고가 체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직원의 성과급 체계까지 들여다보며 불완전판매의 불씨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내부통제 시스템, '타율'에서 '책임'으로
올해 중소형 증권사까지 확대 시행되는 '책무구조도' 역시 CEO들의 숨통을 죄는 대목이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가 단순히 규제를 피하기 위한 '타율'이 아닌 '자율과 책임'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향후 증권사의 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내부통제 시스템이 현장에서 효능감 있게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참석한 23개 증권사 CEO들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행사장 곳곳에서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국이 모험자본 공급과 혁신기업 발굴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느끼는 압박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 '숫자 뒤에 숨은 리스크를 보라'
이번 간담회는 '폭풍 전야'와 같다. 코스피 5000이라는 유동성의 축제 속에서 증권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부동산 PF라는 시한폭탄과 내부통제 부실이라는 고질병이 도사리고 있다.
이찬진 원장의 이번 발언은 단순히 업계의 협조를 구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증권사 위상에 걸맞게 정교화하지 못하거나, 자정 노력을 보이지 않는 곳에는 가차 없는 칼날을 휘두르겠다는 '마지막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 이제 공은 증권사 CEO들에게 넘어갔다. '생산적 금융의 주역'이 될 것인가, 아니면 '리스크의 진원지'로 낙인찍힐 것인가. 자본시장의 거대한 전환점에서 증권업계의 진정성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