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중도 포기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으로 인해 미국의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열린 첫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완패한 이후 월가는 서둘러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조기 사퇴 가능성에 월가가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3일 베팅 마켓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할 가능성은 5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1968년 린든 존슨 이후 현직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노리는 대선 출마를 포기한 전례가 없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대선 TV 토론 이후 탈중앙화 베팅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의 예측에 따르면 바이든이 출마를 포기할 확률이 44%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내부 움직임과 언론 보도 등으로 인해 바이든의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결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대선 후보로 나설 확률이 더 높은 베팅 결과가 나왔다.
폴리마켓에서 3일 오후 바이든의 뒤를 이을 민주당 대선 주자로 해리스 부통령이 43%의 확률을 보였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할 확률 35%보다 높은 수치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가 될 확률은 10~20% 정도에 머물다가 뉴욕타임스(NYT)의 바이든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보도를 계기로 급등했다.
월가의 투자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조기 하차를 선언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월가의 트레이더들과 전략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는 데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트럼프가 승리하면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월가는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달러 강세,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 은행 수익 증가, 건강과 에너지 분야 주가 상승 등을 예상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트럼프의 재집권 시나리오는 벌써 금융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미국 국채 시장에서 장기채권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현재와 비교할 때 장기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금리도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에 따른 것이다.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가치가 오르고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가 약세를 보인다. 트럼프가 재집권해서 달러화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가 고강도 관세 정책을 예고함에 따라 중국 위안화와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미 국채 시장에서는 빠른 손바뀜이 나타나고 있다. 약 27조 달러에 달하는 국채 시장에서 만기가 짧은 단기채권을 매수하고, 장기채권을 매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장단기 금리차 변화를 예측해 투자하는 스티프너 트레이드(Steepener trade) 베팅 전략에 따른 것이다. 스티프너는 시장 참여자들이 단기물 국채를 사고 장기물 국채를 매도해 스프레드 확대로부터 이익을 추구하는 트레이드다.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스 Plc 등이 모두 고객들에게 스티프너 트레이드를 권유했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트럼프가 승리하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고, 장기 국채 수익률이 오랫동안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