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도체 설계와 하드웨어 혁신 능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를 통해 반도체 인력난 해소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NSTC는 50억 달러(약 6조9300억원)의 재원으로 반도체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최대 10개의 프로젝트에 각각 50만~200만 달러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NSTC는 또 향후 몇 개월 사이에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 신청을 받은 뒤 추가로 지원금을 줄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증산을 위해 국내외 관련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반도체 인력난으로 인해 이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2030년까지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의 20%가량을 차지하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으나 약 9만 명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의 반도체 인력이 오는 2030년까지 6만700명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지난해 7월 밝혔다. SIA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에서 반도체 관련 인력이 지난해 34만5000명에서 2030년까지 46만 명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부는 또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칩스법)'에 따라 선정된 '테크 허브' 12곳에 5억4000만 달러(약 7492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미 상무부는 이날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 청정에너지 분야 등의 연구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14개 주 소재 12개 테크 허브에는 네바다(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기차 소재),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청정에너지 공급망), 위스콘신(바이오), 뉴욕(반도체 제조), 플로리다(지속가능한 기후 저항 인프라) 등이 포함돼 있다.
미 상무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산업계, 학계, 주·지방 정부 등 지역 컨소시엄이 제출한 약 400개의 신청서를 심사해 미국 32개 주 31곳을 테크 허브로 선정했다. 테크 허브는 4000만~7000만 달러 규모의 연방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칩스법에 따르면 테크 허브에는 5년간 1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5억4100만 달러가량의 예산이 배정됐다.
미국 정부는 또 이 법에 근거해 NSTC에 50억 달러를 지원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월에 국방부, 에너지부, 국가반도체기술진흥센터 등과 함께 NSTC를 민관 반도체 연구 컨소시엄으로 공식 출범시켰다. NSTC는 미국의 반도체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핵심 연구기관이다. 이 센터는 첨단 반도체 제조 연구개발(R&D), 시제품 제작, 신기술 투자, 인력 교육 및 개발 기회 확대 등의 역할을 한다.
NSTC의 프로그램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칩스법에 따라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390억 달러가 배정됐고, 이 중에는 11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R&D 지원 예산이 들어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 생산) 기업 대만 TSMC는 인력난을 이유로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가동을 연기하기로 했다. TSMC는 2024년 애리조나 공장을 가동하고 생산에 들어가려 했으나 기술 인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1년 연기해 2025년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5나노(nm·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