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측이 텔레비전 토론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된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대선 완주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따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동반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대선 캠프는 지난 30일(현지 시각) 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가족들은 29일부터 백악관 인근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머물면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바이든의 가족들이 그에게 중도 하차하지 말라고 종용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아들 헌터 등이 모두 그의 후보 사퇴에 반대했다고 NYT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보좌진과 민주당 내 영향력이 큰 인사들도 완주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짐 클라이번 하원의원 등이 모두 후보 사퇴에 반대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대선 캠프와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 정치자금 후원자들에게 그의 완주 의지를 전달하면서 재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필 머피 뉴저지주 주지사는 이날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텔레비전 토론회를 망쳤다는 사실을 아주 솔직하게 인정했다”면서 “그렇지만 앞으로 이번 선거전이 달라질 것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바이든이 말했다”고 전했다.
WSJ는 “바이든이 이번 선거에서 완주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자금 후원자들도 앞으로 지원을 계속할 뜻을 밝히면서 대체 인물을 찾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캠프는 대선 토론이 끝난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3300만 달러(약 455억원)의 후원금을 모금했고, 이 중에 개인 유권자가 낸 후원금이 2600만 달러(약 359억원)에 달한다고 WSJ가 전했다.
그렇지만 CNN은 민주당의 막후에서 핵심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억만장자 후원자들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빨리 결단을 내려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11월 5일에 실시되는 연방 상원과 하원 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들의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노쇠한 바이든 대통령의 재집권에 반대하는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 모두 공화당 측에 한 표를 던지는 ‘줄투표’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부 민주당 후보들은 조심스럽게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면 트럼프 집권 2기의 미국은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방송사 CBS는 유고브와 함께 지난 28∼29일 전국 등록 유권자 1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4.2%p)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72%로, 출마해야 한다(28%)는 응답을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당원 중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이 54%로 '출마 반대'(46%)보다 많았다. 전체 조사 대상 중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일할 수 있는 정신 건강과 인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72%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그렇다'(27%)는 응답을 압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