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근 38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이전까지는 엔화 약세 기조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놨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연준이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철회할 때까지 엔화 약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며 일본 당국이 이를 통제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하루 7조5000억 달러가 거래되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의 거침없는 하락세는 미국의 금융 지배력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냇얼라이언스 증권의 국제 채권 책임자인 앤드루 브레너는 ”모든 것은 연준과 관련이 있다“면서 ”연준이 장기간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 미국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는데 이것이 일본으로서는 문제“라고 말했다.
엔화는 이날 달러 대비 0.7% 하락하며 달러/엔 환율은 160.87엔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일본 당국의 개입 당시 환율인 160.20엔대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사상 최저치인 171.80엔까지 하락했다.
일본 외환 당국의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환시를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시장 영향은 미미한 상태다.
일본 당국은 지난 4~5월에 9조8000억 엔(약 614억 달러·약 86조 원)을 시장 개입에 투입했지만 효과는 길게 가지 못했다.
뉴욕 소재 BNY멜론 캐피털 마켓의 밥 새비지 시장 전략 및 인사이트 책임자는 ”연준이 실제로 정책을 완화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조치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 그림으로 보면 일본의 달러 수요를 낮춰야 한다“면서 ”일본의 장기 금리가 충분히 오르거나 미국의 금리가 충분히 낮아져야 하는데 둘 중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24일 발표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의 지난주 엔화 약세에 대한 베팅은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