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소득세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모든 수입품에 대한 ‘보편 관세’ 부과로 메꾸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 의회가 내년에 세법 개정에 나설 예정인 상황에서 트럼프가 이날 연방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 의원들과 비공개로 면담한 자리에서 이 같은 안을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니콜 말리오타키스 의원(공화·뉴욕)은 트럼프와의 면담 내용에 대해 “그가 소득세 인하를 희망했고, 2017년에 단행해 2025년 종료되는 소득세 감면 조처 연장과 팁 소득에 대한 세금 면제 등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관세를 올릴 것이고, 특히 적대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 제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물리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관세를 부과해 중국산 제품의 미국 시장 접근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정부가 전기차 등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대폭 인상 방침을 공개한 뒤에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대상을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멕시코에서 제작된 중국 회사의 자동차들을 상대로 100%의 관세 부과를 주장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뉴저지 유세에서는 전기차와 내연기관 차를 가릴 것 없이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중국 자동차에 대한 세율을 200%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2017년 대대적으로 세법을 개정했고 기업법인세와 개인소득세 세율을 낮췄다. 트럼프의 소득세 감면 조처는 2025년에 시효가 끝난다.
블룸버그는 관세 인상으로 소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 부족을 충당하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올린 관세율을 조 바이든 정부가 그대로 이어받아 지난 10년 사이에 관세 수입이 3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미연방 정부 수입에서 관세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에 불과하다”면서 “지난 2023년 기준으로 개인소득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50%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제품 가격이 올라 그 부담을 소비자가 떠안는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는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의 가계가 연간 1500달러의 추가 부담을 안게 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2021년 발생한 1·6 의회 폭동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연방 의회 의사당을 방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의사당 인근의 '캐피털힐 클럽'에서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과 조찬 회동을 했다. 그는 이어 인근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 빌딩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친기업 정책을 지원하는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모이니핸 뱅크오브아메리카 CEO, 팀 쿡 애플 CEO 등 최소 80명의 CEO가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연방 법인세율을 21%에서 20%로 낮추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