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겨냥해 중국 때리기 경쟁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중국의 과잉생산과 불공정 무역 관행을 구실 삼아 전기차(25%→100%), 철강·알루미늄(0∼7.5%→25%), 반도체(25%→50%), 태양광 전지(25%→50%) 등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밝혔다. 이 발표가 나오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갔다.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중국산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바꿔 이를 200%로 올리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미·중 간 통상 전쟁이 격화하고,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가 크게 흔들릴 게 확실하다.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대응 전략의 밑그림은 이미 정해져 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승리에 모두 대비해 두 개의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이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르다. 우선 바이든은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등 특정 품목을 겨냥해 외과 수술 같은 ‘정밀 공격(surgical strike)’을 감행한다. 바이든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과 같은 특정 산업의 부활을 꿈꾼다. 그는 이 분야 국내외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대주면서 중국으로 관련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무역과 투자 제한 조처를 하고 있다.
트럼프는 특정 분야가 아니라 미국의 모든 제조업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이런 차원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포함한 바이든의 친환경 전기차 지원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아니라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유지하면서도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전략기술 분야의 굴기를 막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디커플링 노선을 취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줄일수록 미국에 도움이 된다는 게 트럼프 측 주장이다.
한국이 특별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동맹국의 동참 문제다. 바이든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수행하면서 한국 등 동맹국의 적극적인 참전을 종용하고 있다.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이 모두 참여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고립된 섬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양자택일하라는 게 바이든의 요구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싸움에 굳이 한국 등 동맹국이 거들어 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이든 적대국이든 가리지 않는다. 트럼프는 통상 전쟁의 대상을 중국에 그치지 않고,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으로 확대할 게 분명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 전쟁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미국이 손해를 보는 게임이다.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가격이 올라 미국 소비자가 그 부담을 떠안게 마련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대외 무역정책이 시행되면 미국 소비자의 부담이 연간 5000억 달러가량 늘어나고, 중산층 한 가구당 연간 1700달러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바이든과 트럼프의 관세 폭탄 전략이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손해지만, 정치적으로 이득이라면 정치 지도자의 선택은 뻔하다. 지금은 미국이 옳은지 그른지 따질 때가 아니라 서둘러 생존 대책을 세울 때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