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최근 통계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6월 기준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51.2세다. 2004년 38.1세에서 무려 13.1세 증가했다. 특히 20, 30대 비중은 2004년 64%에서 현재 16%로 급감했다. 전체 근로자 평균 연령 43.8세와 비교하면 건설업계 고령화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고령화 현상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다. 젊은 세대에게 건설업은 '3D(위험하고, 더럽고, 어려운) 업종'이란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타 산업 대비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은 신규 인력 유입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건설업 취업 기피 현상은 기술 전수의 단절로 이어져 숙련된 기술자 부족 문제로 확대된다.
고령화는 생산성 저하로 직결된다. 건설업 노동생산성 지수는 2011년 104.1에서 2021년 94.5로 급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고령화가 기업의 생산성과 인건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고령 근로자의 신체적 제약은 작업 속도와 효율성에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기술 적용에 대한 적응력도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이 있다.
◇ 디지털 전환, 위기를 기회로
다행히 건설업계는 이 위기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도입의 기회로 삼는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자율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이 로봇은 건설 현장에서 자재와 장비를 운반하며,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인력을 대체해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고 작업 효율성을 향상한다.
대우건설은 IoT 기술이 적용된 '온도이력 추종 양생시스템'을 개발해 현장 품질관리를 혁신했다. 콘크리트 양생 과정에서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조건을 유지함으로써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품질은 높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경험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데이터 기반 접근법으로 전환한 사례다.
롯데건설은 AI 기반 안전 모니터링 기술로 현장 안전사고 예방에 나섰다. CCTV와 웨어러블 장비로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경고함으로써 안전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고령 작업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동시에 안전관리 인력의 부담을 줄인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건설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킨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은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정보 공유와 협업을 촉진한다. 이는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케 함으로써 고령화로 인한 경험 단절 문제를 완화한다.
◇ 데이터 기반 부동산 서비스의 도약
상업용 부동산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2000억원 이상 수주 매출을 달성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인 프롭테크 1위 알스퀘어는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을 디지털화해 실시간으로 중개 현황, 자재비와 인건비, 공정률을 추적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예산 초과나 일정 지연을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해 프로젝트 수익성을 극대화한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과거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 요인을 파악해 향후 계획에 반영한다.
베트남 진출 프로젝트에서는 데이터 기반 프리콘(Pre-Construction) 업무로 시공 전 단계부터 완성도를 높였다. 사전 시뮬레이션으로 시공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해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을 실현했다. 현지화 전략으로 원가 절감까지 이루며 글로벌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건설업의 미래
디지털 기술 도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었던 건설업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로봇과 자동화 장비의 활용은 신체적 부담이 큰 작업을 줄이고, 고령 근로자가 더 오래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AR/VR 기술을 활용한 교육 시스템은 숙련된 기술자의 노하우를 디지털화해 젊은 세대에게 효과적으로 전수한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건설업의 이미지를 바꾼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건설 현장은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인 직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데이터 분석가나 로봇 운영자, BIM 전문가 등 새로운 직종의 등장은 다양한 인재 유입 통로를 열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진출은 국내 건설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한다. 특히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는 우리 건설기업의 기술력과 경험이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래 건설 현장은 로봇이 자재를 나르고, IoT 센서가 품질을 관리하며, AI가 안전을 책임지는 스마트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백발의 건설 현장이 디지털 날개를 달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건설업은 이제 첨단 기술과 데이터가 융합된 미래 산업으로 진화하며, 이러한 변화는 고령화라는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