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참모진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차기 정부에서 모든 수입품에 대한 ‘최소 10% 이상’의 고율 관세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또는 100% 관세 부과를 위한 법제화(legal justification)를 추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 헌법은 대외 무역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이 아니라 의회에 부여하고 있어 대통령이 행정명령 등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가 까다롭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들은 대통령이 글로벌 무역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광범위한 법적 권한 확보 방안을 찾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연간 3조 달러가 넘는 수입품에 최소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률을 제정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렇게 하면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위험이 있고, 지난 수십 년 사이에 가장 적대적인 무역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의 임기에 대치 상태가 격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보편 관세’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한두 가지 법적인 이론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정책 분석가로 싱크탱크 ‘아메리칸 액션 포럼’ 회장인 더그 홀츠-어킨은 WP에 “트럼프가 말하면 그의 참모들이 모두 이를 어떻게 법제화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30일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 재집권하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체결로 관세 장벽이 없는 멕시코에서 생산된 중국산 전기차에도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트럼프가 밝혔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 관세 부과 공약에 관한 질문에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할 자동차를 만들려고 멕시코에 세계 최대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멕시코는 미 자동차 산업의 31%를, 중국은 더 많은 부분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는 최근 한 팟캐스트 대담에서 “기술이 계속 바뀌는데 무역협정이 영원해야 한다는 것보다 더 멍청한 생각이 있느냐”며 미국이 한국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요구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무역협정에서) 일몰 조항은 완전히 상식적인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 성과로 한·미 FTA 개정을 통해 픽업트럭 무관세를 20년 뒤로 늦춘 것과 USMCA에 일몰 조항을 포함한 것을 들었다. 지난 2018년 개정한 USMCA에는 6년 뒤인 2026년 재협상을 해 향후 16년 동안 재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일몰 조항이 들어 있다. 그러나 같은 해 타결된 한·미 FTA 개정안에는 일몰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에 미국과의 교역에서 사상 최대인 약 444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2020년 166억 달러 수준이던 대미 흑자는 2021년 227억 달러, 2022년 280억 달러로 꾸준히 늘다가 작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400억 달러를 넘었다. 한국은 미국의 8번째 무역수지 적자 국가다. 지난해에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일본, 캐나다, 아일랜드, 한국, 대만, 이탈리아 순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