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겨냥해 보호주의 무역 정책을 강행함에 따라 미국의 우방국과 경쟁국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환경그룹, 중서부 경합주의 유권자들은 그런 바이든 대통령에게 환호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수를 치지 못하도록 중국산 제품 수입 제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반대 등의 선제적인 조처를 단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바이든은 제조업 분야에서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트럼프에 절대 밀리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는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으며 ‘디리스킹’(de-risking, 위험제거)을 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제1 타깃은 중국이다. 미국은 값싼 중국 전기차와 청정에너지 관련 제품의 미국 시장 유입을 막기 위한 새로운 관세 부과 조처를 예고했다. 또 바이든 정부의 미국인과 미국 기업의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 첨단 기술 유출 차단, 미국의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한 정부 보조금 제공으로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워싱턴 DC를 방문하기 전에 일본제철의 US 스틸 인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 정부는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 스틸 인수를 승인하기 전에 이번 거래가 국가 안보 등에 미칠 영향을 자세히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US 스틸과 일본제철은 CFIUS에 심의를 요청한 상태이다. 일본제철은 지난 2월에 US 스틸을 141억 달러(약 18조 3000억원)에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중국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다. 트럼프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하면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 조처가 시행되면 중국산 수입품에 일단 4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멕시코, 캐나다에 이어 미국의 3번째 교역 상대국이고, 미국 수입의 11.7%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평균 3%대인 미국의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 구상을 발표했었다. 트럼프 캠프는 특히 무역적자 원인으로 한국·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지목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됐을 당시인 2018년에 2200여 개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 규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고, 바이든 이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과정에서 36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한국 정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은 미국과 교역에서 사상 최대인 약 444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지난 2020년 166억 달러 수준이던 대미 흑자는 2021년 227억 달러, 2022년 280억 달러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에 사상 처음으로 400억 달러를 넘겼다. 미국은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 됐다. 올해도 대미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