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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힌덴부르크 징조(Hindenburg Omen)와 엔비디아 AI 열풍

김대호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기사입력 : 2024-06-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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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미국 뉴욕증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단어는 '힌덴부르크(Hindenburg)'다. 힌덴부르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호화스러운 비행선의 이름이었다. 독일의 체펠린 회사가 1931년부터 1936년까지 5년에 걸쳐 설계·제작한 비행선이다. 정식 명칭은 LZ 129이다. 힌덴부르크라는 이름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대통령이었던 파울 폰 힌덴부르크(Paul von Hindenburg)에서 따왔다.

이 비행선은 길이 245m로 당시로는 최대 규모였다. 히틀러의 지원을 받아 완성되었다. 꼬리 날개에 나치 깃발이 선명히 그려져 있었다. 비행선의 내부에는 고급 식당과 라운지, 도서실, 산책용 통로가 있었다. 그랜드피아노까지 갖춘 인류 역사상 최고의 초호화 비행선이었다. 1936년 3월 4일 첫 시범 비행을 시작했다. 독일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했을 때 점령지 상공을 비행하며 나치를 선전하는 전단을 살포하는 데 동원되기도 했다. 이후 총 65회를 비행했다. 당시로서는 초장거리였던 대서양 횡단 비행 횟수만 35회를 기록했다.

1937년 5월 4일 승객 36명과 승무원 61명을 태우고 대서양 횡단 비행에 나선 힌덴부르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해 네덜란드와 영국 상공을 거쳐 미국의 레이크허스트 해군 비행장으로 향했다. 미국 뉴욕 상공을 지나 오후 6시쯤 목적지인 뉴저지의 레이크허스트 기지에 도착해 착륙을 시도하는 중 폭발했다. 이 사고로 승객 13명과 승무원 22명 그리고 지상 근무요원 1명 등 모두 36명이 사망했다.
그 잘나가던 힌덴부르크가 왜 폭발했는지는 지금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비행선에 안전한 헬륨이 차 있어야 했지만 당시 비행선을 띄운 기체는 폭발력이 강한 수소였다는 분석에서부터 착륙 도중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인해 선체를 지지하는 철선이 끊어졌고 이때 수소가스를 저장한 탱크에 균열이 생겨 거기에서 새어 나온 수소 기체에 정전기에 의한 스파크가 더해져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주장이 있다. 꼬리 날개에 그려진 거대한 나치 깃발 때문에 반나치주의자들이 폭탄을 설치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이유가 확연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고를 계기로 여객 수송용 비행선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 사고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힌덴부르크가 대형 참사를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뉴욕증시에서는 잘나가다가 한순간에 이유도 모르게 폭망하는 것을 힌덴부르크 현상이라고 한다. 미국의 수학자 짐 미에카에는 여러 기술적 지표들을 토대로 뉴욕증시의 대폭락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힌덴부르크 예고 지표를 만들어냈다. 뉴욕증시에서는 이를 ‘힌덴부르크 징조(Hindenburg Omen)’라고 한다.

짐 미에카에가 제시한 힌덴부르크 징조의 5가지 기준은 △뉴욕증시에서 하루에 52주 최고가와 최저가를 찍은 종목 수가 당일 거래 종목의 2.2% 이상 △52주 고가와 저가 종목 중 종목 수가 적은 쪽이 69종목 이상 △다우지수의 10주 이동평균선 상승 △시장 변동성을 측정하는 기술적 지표인 ‘매켈란 오실레이터’가 마이너스 그리고 △52주 최고가 종목 수가 52주 최저가 종목 수의 2배 미만이다. 이 기술적 분석 방식은 1987년 블랙 먼데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이 불길한 힌덴부르크 징조가 요즈음 뉴욕증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의 메이저 경제 방송 채널인 CNBC는 스톡차트닷컴의 데이비드 켈러 수석 시장분석가의 진단을 인용하면서 최근 뉴욕증시의 대폭락 가능성을 예측하는 힌덴부르크 징조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반도체 돌풍으로 연일 폭발하고 있지만 힌덴부르크 지표로 볼 때는 곧 폭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이 상황에서 AI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투자자에게 줄 수 있는 수익 모두 양측에서 실망을 줄 수 있다”며 “AI 혁명은 이미 흐름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이 신문은 AI의 개선 속도가 느려지는 점을 꼬집었다. 오픈AI의 ‘챗GPT’와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은 방대한 양의 인터넷 텍스트를 학습시킴으로써 기능 개선을 이뤄왔으나 더 이상 진보를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미 대다수 텍스트를 학습했으며 추가로 학습할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AI의 상품성 역시 불확실한 상태다. AI 스타트업 스카이플로의 최고경영자이자 소프트웨어 대기업 세일즈포스의 부사장을 지낸 안슈 샤르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같은 대기업들은 충분히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을 지출해야 한다”며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받은 AI 스타트업들조차 그런 경쟁을 견딜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엄청난 운영 비용 역시 AI의 수익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리서치 회장은 뉴욕증시의 AI 과열을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로젠버그는 "지난 2000년 닷컴버블 수준의 거대 거품이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형성 중"이라며 향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젠버그 회장은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주가 상승 랠리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S&P500 지수가 지난 1년 동안 26% 급등한 반면 기업들의 실적 성장률은 같은 기간 6% 상승에 그쳤다"면서 "현재의 주식시장 상승세는 별다른 근거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S&P500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1배로 지나치게 확대된 점을 지적하며 "PER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미국 증시가 대규모 조정에 더욱 취약해졌다"고 밝혔다.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현재 주식시장의 PER은 역사적으로 30% 이상 과대평가된 상태"라며 "닷컴 버블과 견줄 만한 거대한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데 주식 투자자들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충고도 내놨다. 이처럼 힌덴부르크 징조를 우려하는 시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힌덴부르크 징조가 반드시 들어맞는다는 보장은 물론 없다.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볼 때 힌덴부르크 지표의 성공률은 매우 불규칙하다. 의미 있는 하락을 정확하게 예측한 경우가 30% 남짓이다. 로스 MKM의 JC 오하라 수석 기술전략가는 "힌덴부르크 징조는 주요 시장 고점을 불러온 전례가 있는 만큼 시장이 주목할 지표"라면서도 "문제는 잘못된 신호가 더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힌덴부르크 지표를 참고할 필요는 있지만 맹신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힌덴부르크 징조가 크게 다가오는 것은 2022년 10월 오픈AI의 생성형 AI 공개 이후 엔비디아·SMCI·델·세일즈포스·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알파벳 그리고 아마존 등 AI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AI 투자 확대와 함께 주가가 오를 수 있지만 주가수익비율 등 밸류에이션 지표가 너무 높아져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힌덴부르크 징조는 바로 높아진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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