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정책 자문을 맡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두 사람은 한때 설전을 벌이기도 했으나 최근에 관계 개선이 이뤄졌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WSJ는 “머스크가 트럼프 전 대통령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교환하면서 두 사람이 견해와 이해관계 일치를 확인했다”며 “트럼프는 11월에 승리하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인 머스크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머스크가 트럼프에게 국경 안보와 경제 정책 등에 관해 조언하는 자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WSJ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양측 간에 완전한 합의가 이뤄진 상태는 아니며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머스크와 함께 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머스크가 맡을 가능성이 있는 정부 자문역은 트럼프 정부 1기에서 아이작 펄머터 전 마블 회장이 맡았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WSJ가 전했다. 트럼프는 2016년 사업상 지인이었던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을 연방 규제 점검을 담당하는 대통령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하기도 했었다.
머스크는 최근 억만장자 투자자 넬슨 펠츠와 함께 오는 대선에서 부정선거 등을 막기 위한 데이터 기반 프로젝트 등에 관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브리핑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불과 2년 전까지 공개적인 설전을 벌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한 달에 몇 번씩 전화 통화를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머스크와 만났다. 머스크는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낙선을 위해 기업인들과 ‘반(反)바이든 연대’를 구성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특히 전기차의 미래를 놓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사람이 전화로 전기차 산업과 전기차 세금공제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산업 정책법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와 전기차와 배터리 등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을 주장해 왔다.
머스크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달 3일 소셜미디어 엑스에 "바이든은 확실히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는 그저 '극좌 정치 기계'를 위한 비극적인 간판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머스크가 그동안 엑스에 올린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그가 올해 들어 최근까지 4개월여간 바이든 대통령에 관한 글을 올린 것이 약 40회에 달해 지난해 연간 바이든 대통령 관련 글 게시 횟수 약 30회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을 트집 잡고, 이민과 보건 정책 등을 공격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2월 2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과 민주당의 영속적인 집권을 위해 느슨한 이민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