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PG-85 개발 지연으로 '밸러스트' 채운 채 출고…100여 대 전투 불능 위기
해병대 시작으로 공·해군까지 확산…위트먼 의원 "기체는 많지만 싸울 차는 없는 격"
APG-81 호환 불가…벌크헤드 설계 변경이 부른 '전력 공백'의 아이러니
해병대 시작으로 공·해군까지 확산…위트먼 의원 "기체는 많지만 싸울 차는 없는 격"
APG-81 호환 불가…벌크헤드 설계 변경이 부른 '전력 공백'의 아이러니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주력 스텔스 전투기인 F-35 '라이트닝 II'가 올가을부터 레이더 없이 군에 인도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브레이킹 디펜스(Breaking Defense)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단독 보도를 통해, 차세대 AESA 레이더인 APG-85의 개발 지연으로 미군이 당분간 전투 능력이 없는 '반쪽짜리' 기체를 넘겨받아 훈련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최악의 경우 100대 이상의 기체가 레이더 자리에 밸러스트(평형추)를 채운 채 인도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APG-85 '엇박자'의 전말…벌크헤드 설계 변경이 부른 '전력 공백'
사태의 핵심은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이 개발 중인 차세대 AESA 레이더 APG-85의 인증 및 생산 지연에 있다. APG-85는 기존 APG-81보다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으나, 물리적 크기가 달라 이를 탑재할 기체는 내부 벌크헤드(격벽) 설계를 완전히 새로 해야 한다. 미 국방부는 17차 양산분(Lot 17)부터 새로운 벌크헤드 설계를 적용한 기체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나, 정작 탑재될 레이더의 인증과 생산이 늦어지면서 기체만 먼저 공장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결정적 문제는 새로운 벌크헤드 설계 때문에 기존 APG-81을 임시로 끼워 넣을 수도 없다는 점이다. 하원 군사위원회 전술항공·지상군 소위원회 위원장인 롭 위트먼(Rob Wittman) 의원은 이에 대해 "벌크헤드 구성이 핵심이다. 두 레이더는 완전히 다른 어레이 배열 각도를 요구하며, 이 각도가 레이더 성능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미군은 레이더가 들어갈 빈 공간에 기체의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한 밸러스트(평형추)를 채워 넣은 채 기체를 인도받게 된다.
이러한 '레이더가 빠진 전투기' 인도는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1980년대 영국 공군의 토네이도 F.2도 폭스헌터(Foxhunter) 레이더 개발 지연으로 콘크리트 밸러스트를 채운 채 초기 인도된 전례가 있다. 하지만 2조 달러(약 2900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무기 프로그램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비교할 수 없이 크다.
해병대 시작으로 공·해군까지 확산…"싸울 차가 없는 격"
당장 올가을부터 수직이착륙 모델인 F-35B를 운용하는 미 해병대가 레이더 없는 기체를 인도받는 첫 번째 군종이 된다. 해병대는 Lot 17 기체 발주 시점에 이미 APG-85 탑재를 전제로 새 벌크헤드 설계를 선택했기 때문에 타격이 가장 크다. 이어 미 공군(F-35A)과 해군(F-35C)도 18차 양산분(Lot 18)부터 벌크헤드 설계를 전환하며, 올가을 생산 개시와 함께 동일한 문제에 직면한다.
위트먼 의원은 브레이킹 디펜스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체들이 레이더 대신 밸러스트를 채운 채 생산될 것"이라며, 이는 "곧 실전에 투입할 수 없는 기체들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그는 문제가 결국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그 사이에 미군에는 "기체는 많지만 싸울 준비가 된 것은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레이킹 디펜스에 따르면, 최선의 경우 새 레이더가 내년(2027년) 준비되어 소수의 기체만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지연이 계속될 경우 향후 약 2년간 생산되는 100대 이상의 기체가 전투 불능 상태로 남게 된다. 록히드 마틴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APG-81과 APG-85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듀얼 벌크헤드' 설계를 제안했으나, 이 역시 Lot 20(2028년 인도 개시)부터나 적용이 가능해 당장의 공백을 메울 수는 없다.
APG-85는 왜 이토록 늦었나…GaN 혁명의 전환 비용
APG-85 지연의 기술적 배경을 이해하려면 이 레이더가 단순한 '개량'이 아니라 세대적 도약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APG-85는 기존 갈륨 비소(GaAs) 기반의 APG-81을 대체해 차세대 반도체 소재인 갈륨 나이트라이드(GaN, 질화갈륨) 기술을 적용한다. GaN은 더 높은 전력 밀도, 향상된 열 효율, 확장된 탐지 범위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전력과 냉각을 요구한다.
위트먼 의원은 APG-85가 약 82kW의 전력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기존 구성 대비 상당한 증가분이다. 이로 인해 F-35의 전원 및 열관리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해졌고, 이는 프랫 & 휘트니(Pratt & Whitney) F135 엔진 코어 업그레이드(ECU) 이니셔티브와도 직결된다. 또한 인증 기간도 크게 늘어났다. 위트먼 의원에 따르면 APG-81은 3일이면 인증이 가능했지만, APG-85는 78일이 소요된다. 그는 노스롭 그루먼이 이를 어느 정도 단축했지만 "생산 라인에서 나오는 기체 속도에 맞출 만큼 빠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지독한 근시안이 된 스텔스기'…아태 전략에 타격
이 문제의 전략적 함의는 상당하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스테이시 페티존(Stacie Pettyjohn) 국방프로그램 소장은 브레이킹 디펜스 인터뷰에서, F-35가 중동과 베네수엘라 등에서 열세 적대국을 상대로는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진정한 통합 방공망과 강력한 공대공 능력을 갖춘 중국 같은 대등한 적을 상대로 할 때는 "상당히 스트레스가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레이더 없는 F-35를 "시력이 매우 나쁜 상태(very near-sighted)"에 비유했다. 데이터링크를 통해 외부 정보를 받아 비행은 할 수 있지만, 적의 전파방해(재밍) 환경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며, 이런 조건에서의 훈련은 "가장 요구되고 중요한 임무와의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규모 후속 개조가 필요해질 경우 "현재 축소 중인 전술항공기 전력에 거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수자는 많지만 실제 전투 가용한 전력은 태부족하다는 '전력 공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확대보기TR-3 소프트웨어 문제와 겹치며 '복합 위기' 양상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레이더 문제가 F-35의 또 다른 골치인 TR-3(Technology Refresh 3) 소프트웨어 지연 사태와 겹친다는 점이다. TR-3는 블록 4 현대화의 기반이 되는 컴퓨팅 플랫폼 업그레이드로, 2023년 4월 완료 예정이었으나 약 3년 지연되고 있다. 미 정부책임관실(GAO)은 TR-3 소프트웨어가 "만성적인 안정성 결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전투 가능한 소프트웨어 인도는 2026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다시 말해, 2024년 7월 이후 록히드가 인도한 새 F-35들은 TR-3 문제로 이미 훈련용으로만 할당되어 있는 상황이고, 여기에 레이더까지 없으면 '이중 고'를 안게 된 셈이다. 블록 4 현대화 비용도 당초 106억 달러에서 165억 달러로 부풀어 있으며, 완료 시기는 2031년으로 밀렸다. 미국 의회 예산국(CBO)과 GAO 모두 F-35 프로그램의 비용 초과와 일정 지연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한국 영향은…'직접 타격'보다 '간접 리스크'에 주목
한국은 2019~2022년 첫 배치 40대에 이어 2차 사업으로 20대를 추가 구매해 2027년부터 인도받을 예정이다. 브레이킹 디펜스 보도에 따르면, APG-85는 해외 수출이 승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해외 구매국은 기존 APG-81을 탑재한 기체를 인도받게 된다. 따라서 '레이더 없는 전투기' 사태가 한국 도입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간접적 영향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이 받게 될 기체는 블록 4 기준 성능 개량을 전제로 구매되었는데, TR-3 및 블록 4 전체의 지연은 한국 기체의 성능 개량 일정에도 연쇄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미군의 F-35 전력 공백은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효율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아태 지역에서의 대중국 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프로그램 전반의 비용 초과는 향후 한국이 부담해야 할 유지보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35 합동사업단(JPO)은 이번 사태에 대해 "최첨단 성능 확보를 위해 개발과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고도의 병행 전략을 택한 결과"라며,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프로그램 내부 소식통은 "벌크헤드 협의는 몇 년 전에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프로그램 관리의 실패를 지적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