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확장현실(XR)헤드셋인 비전프로가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XR헤드셋 출시 시기를 조절하면서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비전프로 흥행 실패가 남긴 교훈을 바탕으로 XR헤드셋 완성도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XR헤드셋 개발 파트너였던 미국 메타와의 협력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메타는 가상현실(VR) 시리즈인 오큘러스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는 VR업계의 강자로 LG전자가 개발할 XR헤드셋의 소프트웨어를 담당할 예정이었다.
메타와의 파트너십이 무산될 경우 LG전자는 XR헤드셋에 탑재될 운영체제(OS)를 자체 개발하거나 타사와의 협력을 타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메타와의 파트너십 파기가 자체 개발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XR사업의 핵심은 기기보다는 콘텐츠로 OS 보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비전프로 흥행 실패로 시간을 번 LG전자가 자체 OS개발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LG전자는 TV용 자체 OS를 이용해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XR헤드셋의 출시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XR헤드셋 개발을 구글과 협력하고 있는 상태로 업계에서는 지난주 진행된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구글 I/O)에서 삼성전자의 XR헤드셋이 공개될 가능성을 점쳐왔다. 하지만 이렇다 할 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XR헤드셋 출시 시기는 하반기가 유력해졌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제품 완성도를 비롯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등의 품질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출시를 서둘러왔던 XR헤드셋의 일정 조절에 나선 것은 애플의 비전프로가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5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출시된 비전프로는 기대와 달리 초기 제품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에 따르면 비전프로의 올해 예상 출하량은 40만~45만 대로 기존 예상치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애플도 2세대 제품의 출시를 당김과 동시에 가격을 기존 대비 대폭 낮출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사례는 소비자들이 비전프로보다 낮은 가격과 XR헤드셋의 높은 완성도, 즐길 만한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전프로가 흥행에 성공했다면 후발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 출시를 서둘렀겠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릴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애플 비전프로는 사실상 출시 초기부터 높은 가격으로 실패 가능성이 점쳐졌다”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 제품 완성도가 판매량을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