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러시아에 진출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소속 은행들의 철수를 권고하고 구체적인 철수 계획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지 소식통들을 인용해 ECB가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이들 은행들의 러시아 영업 중단 속도를 높일 것을 재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CB는 최근 몇주 동안 이들 은행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 철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에서 ECB는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러시아를 지원하는 유럽연합(EU) 기관들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CB의 이 같은 조처는 미국 제재가 본격화되면 유로존 소속 은행들이 제제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지난 2018년에는 돈세탁을 조직화하고 대북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라트비아의 ABLV가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을 차단당한 전례가 있다.
이번 조치로 서방 은행 중 러시아 사업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디트는 다음 달 1일까지 운영 계획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ECB에 제공할 것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일단 러시아 지사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시작했다. 현재 유로존 은행의 러시아 자회사들은 현지에서 세금을 납부하는 한 러시아 당국에 요청을 해야 순이익의 최대 절반을 모회사로 송금할 수 있다.
지난해 유니크레디트는 러시아 지사로부터 1억3700만유로(약 2018억원), 헝가리 은행 OTP는 1억3500만 유로(약 1988억원)를 송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