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시작한 30일(현지 시각) 미국 올해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계절 조정 기준 전분기 대비 1.2% 올랐다고 미 노동부가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1.0%를 뛰어넘은 수치다. 이는 작년 4분기 당시 0.9%와 비교해도 상승률이 오른 것이다. 전년 대비로도 4.8%가 올라 직전 분기 수치 4.2% 상승률보다 높게 나왔다. ECI 상승은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연준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ECI는 작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ECI의 전기 대비 오름세가 이보다 더 높게 나온 적은 2022년 1~2분기(각각 1.4%와 1.3%)뿐이다.
ECI는 임금의 기저 흐름을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간 고용보고서에 담긴 시간당 평균임금은 임금 수준이 낮은 업종의 취업자 수가 많이 늘어날수록 '전체 평균'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연준도 시간당 평균임금 추이보다는 ECI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에서 임금은 고용 비용의 70%를 차지한다. 미국 근로자 임금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5% 올랐다. 이는 전분기 상승률인 4.3%를 뛰어넘은 것이다.
노동 비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FOMC가 이 지수 상승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애초 예상보다 더 늦출 수 있다고 월가의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CNN 비즈니스는 이날 “연준 관계자들이 임금 상승 추이를 세심하게 관찰해 왔고, ECI 상승이 물가 상승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연준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올 1분기에 예상을 뛰어넘은 고용 비용 증가로 올해 초 인플레이션이 재반등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에 따라 금리 인하가 애초 기대 시점보다 훨씬 더 뒤로 밀릴 수 있다”고 전했다. 마이클 플그리스 웰스파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노동 비용 증가로 연준의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지난해 말에 시작된 물가 반등 양상이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고용비용지수와 주택가격 인플레이션 수치는 내가 의심하고 두려워했던 것을 확인해 주었다"고 강조했다.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의 2월 20대 도시 주택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61% 올라 1월(0.17%↑)에 비해 상승폭이 커졌다. 서머스는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 신호에 더 신중했어야 했고, 이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소비자 신뢰 지수도 지속해서 내려가고 있다. 미국 콘퍼런스보드(CB)는 이날 4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97.0으로, 직전 달 수정치인 103.1보다 6.1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개월 연속 하락한 수치로, 지난 2022년 7월 이후 가장 낮다. 4월 기대지수는 66.4로, 직전 달 74.0보다 내렸다. 4월 현재 여건 지수는 142.9로, 직전 달 146.8보다 하락했다. 기대지수가 80을 밑돌면 1년 안에 침체가 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대지수는 소득과 비즈니스, 고용 상황에 대한 단기 전망을 보여준다.
미 상무부는 3월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상승률은 2월과 같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포함한 대표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근원 PCE 지수와 대표 PCE 지수 모두 2월에 이어 3월에 0.3%씩 올랐다.
연준은 1일 끝나는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5.25~5.5%로 동결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가 끝난 뒤 5월 1일 오후 2시 30분(현지 시각)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