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문화재단이 개최한 제20회 넷마블 게임 콘서트가 27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게임업계인으로서 좋아하면서도 잘하는 직업, 이른바 '덕업일치'의 길을 걷게 된 비결에 대한 강연이 이뤄졌다.
서울 구로 소재 넷마블 사옥 지타워(G-Tower)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는 '게임과 연결'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아브라카…왓?' 등 유명 보드게임들을 개발해온 김건희 게리킴게임즈 대표, 15년 이상 코스프레 모델로 활동해온 '타샤' 오고은 스파이럴캣츠 팀장이 연사를 맡았다.
행사의 첫 연사로 '김과장에서 김작가로, 게임으로 전직하다'를 주제로 연단에 선 김건희 대표는 만화가 지망생에서 개인 투자자, 창업가, 직장인을 거쳐 투자자문사 과장, 보드게임 규칙 매커니즘을 전문 개발하는 보드게임 작가가 되기까지의 인생역정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투자전문사로서 회사와 나 모두 성장하는 삶을 살았지만, 어느 순간 '이게 내 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생 시절부터 취미삼아 즐겨온 보드게임과 보드게임 개발로 눈을 돌렸고, 아내를 비롯한 가족도 '스트레스 받는 인생보단 새 길을 찾는 게 좋겠다'고 인정해 준 덕분에 보드게임 작가의 길을 찾게 됐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전업 보드게임 작가로 자리 잡은 것은 2013년이었지만 김 대표는 그 이전 2003년부터 보드게임 커뮤니티 '한국보드게임개발자모임(KBDA)'을 조직, 활동해왔다. 그는 "직장에서 일찍 퇴근한 날에는 무작정 보드게임방에 가서 모르는 분들과 보드게임을 플레이할 정도로 진심으로 즐겨왔다"며 "메모장 앱에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수천 개의 보드게임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취미로 즐기던 아마추어 개발자 시절과 전업 작가 시절의 차이점으로는 '소비자'를 들었다. 김 대표는 "취미로 했던 게임 개발은 내가 즐거운 일, 게임으로서 즐거운 것이 겹치는 부분을 찾는 과정이었다"며 지금의 자신을 게임을 소비할 대중의 취향까지 고려하는,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매커니즘을 개발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강연이 마무리된 후 김건희 대표는 청중들과 함께 빙고형 보드게임 '스트림스'를 플레이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한편 현장 관객들과 Q&A(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보드게임 개발자로서 역량을 쌓는 방법에 관한 질문에 김 대표는 "취미로, 전업으로 20년간 보드게임 업계에 있으며 느낀 것은 왕도가 없다는 것"이라며 "누군가는 아이디어가 샤워하면서, 산책하면서 나왔다고 하는데, 그 배경에는 늘 보드게임을 생각하는 열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어느 콘텐츠 업계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하지만 보드게임 역량을 쌓는 방법도 크게 3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오랜 기간 그것을 즐기며 쌓아가는 바탕 지식, 다른 업계인들과 의견을 주도받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오랜 기간 열정을 잃지 않고 생산적인 생각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보드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의 게임'으로 꼽히는 것은 미국의 아이작 칠드레스(Isaac Childres) 작가가 2017년 선보인 '글룸헤이븐'이다. 다크 판타지 세계관과 선형적 이야기를 바탕에 둔 이 게임은 총 플레이타임 100시간, 판매가도 국내 소비자 판매가 기준 28만원으로 '보드게임의 한계를 뛰어넘은 대작'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글룸헤이븐과 같은 대작 보드게임이 나올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미국, 독일 등) 해외 대형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도 초기 시장에 가깝고, 교육·기능용이나 캐주얼 보드게임이 주류인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한국 또한 대작 게임의 저변이 점점 넓어지고 있고, 크라우드 펀딩 등 해외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방법도 있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