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앞서 오는 6월에 첫 금리 인하 조처를 단행하려고 한다. ECB가 11일(현지 시간) 기준금리 등 주요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6월 인하 가능성을 예고했다. 특히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매우 큰 시장이고 금융의 중심이기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우리의 예측에 포함될 것이나 우리는 연준이 아닌 데이터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연준에 앞서 ECB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ECB가 원하든, 그러지 않든 연준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유럽연합의 금융 시장과 무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맥스 세인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올해 첫 금리 인하 테이프를 끊을 것이나 그 이후에는 다시 연준의 결정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는 연 4.50%, 수신금리와 한계 대출금리는 각각 연 4.00%, 연 4.75%로 동결했다. 한국(기준금리 3.50%)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간 금리 격차는 1.00%포인트로 유지됐다. ECB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린 뒤 지난해 10월부터 이날까지 5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은 ECB가 올해 0.25%포인트씩 모두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한다. 연내 1.00%포인트 인하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속보치)로 ECB 목표치인 2.0%에 근접했다.
라가르드 ECB 총재도 지난달 통화정책이사회에서 "4월 회의에서는 아주 조금, 6월에는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며 6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로이터는 “ECB가 6월에 첫 금리 인하를 할 수 있으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동향을 보면서 6월에도 다시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물가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잡히고 있으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속보치)로 ECB 목표치인 2.0%에 근접했다. 미국 연준은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5%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물가 반등 조짐이 나타나자 6월 첫 금리 인하에 난색을 보인다.
ECB가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현재 1.00%포인트인 금리차가 더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유로존에서 미국으로 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유로존 간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유럽 채권금리가 미국 국채금리보다 더 밑돌게 되고,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