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 조사업체인 애톰(Attom)에 따르면 올해 1월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압류된 상업용 부동산이 전달에 비해 17%가 증가했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의 압류 비율이 7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업용 부동산 압류는 2020년 5월에 최저치로 내려갔었다. 그 당시에 팬데믹 충격을 고려해 대출 기관이 부동산 소유주에 대출금 상환 조건을 완화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이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0~0.25%인 기준 금리를 5.25~5.5%까지 올림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의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졌고, 재융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팬데믹을 계기로 원격 근무가 증가해 사무실 공실률이 치솟았다.
미국 주요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대출이 손실 충당금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에 따르면 6개 미국 주요 은행의 평균 충당금은 최소 30일간 연체한 상업용 부동산 채무 1달러당 이전 1.60달러에서 90센트로 감소했다. 이들 6개 은행은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웰스파고,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다. 충당금 축소는 지난해 발생한 것이다. 이 기간에 이들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는 93억 달러(약 12조 4000억 원)로 거의 3배로 증가했다.
미국 은행 부문의 사무실과 쇼핑몰, 아파트 등과 관련된 연체 대출 규모는 지난해 243억 달러(약 32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112억 달러(약 15조 원)에서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FDIC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은 현재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 1달러당 1.40달러의 충당금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앞으로 신용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2월 금융시장 리스크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이 '시스템상의 신용 문제'라는 응답률이 높았다.
미국에서는 내년 말까지 약 1조5000억 달러의 상업용 모기지 부채 만기가 돌아온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에만 약 9290억 달러 상당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만기가 도래한다. 최근에 미국의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가 연일 두 자릿수대로 폭락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고조되고,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따른 지역은행 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 우려가 크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의회 증언에서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CRE)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일부 금융기관의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