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게임 유통망 '스팀'이 생성형 AI(인공지능)을 활용해 개발된 게임의 등록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AI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목소리도 적지 않으나, 무작정 금지하기보단 사용 여부를 명확히 표기해 더 큰 혼란을 막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스팀 운영사 밸브 코퍼레이션은 현지 시각 1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난 몇 개월 동안 생성형 AI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업계인들과 소통한 결과, 이를 활용한 게임의 등록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향후 스팀에 등록된 게임은 개발 과정에서 AI를 활용했는가 여부를 필히 명시해야 한다. AI 활용 과정에서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해야하며, 게임을 통해 생성형 AI를 실시간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탑재될 경우 이를 통해 법에 저촉되는 표현이나 성인 등급 수준으로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능도 갖춰야한다.
스팀의 이번 정책에 대해 게이머들은 "AI를 이용한 양산형 게임들을 필터링할 수 있는 좋은 정책", "AI를 쓰면서도 아닌척 하며 돈을 벌어온 저작권 침해자들에게 철퇴가 내려졌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생성형 AI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생성형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 허용을 받지 않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 그림이나 영상 등을 AI로 대체한다면 기존 창작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기술적 실업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생성형 AI를 활용했음에도 이를 사전에 명시하지 않은 창작물과 게임에 대해 "소비자 기만", "업계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라며 비판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콘텐츠 플랫폼들은 이러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성형 AI로 개발한 콘텐츠는 이를 사전에 명시할 것'을 명문화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 최대 일러스트 창작 플랫폼 '픽시브'는 2022년 말 선제적으로 이러한 규제를 도입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또한 최근 비슷한 내용의 정책을 실시했다.
밸브 측은 "생성형 AI는 복합적인 사안인 만큼 많은 개발자들과의 충분한 의견 교환과 소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며 "당사는 앞으로도 게임·AI 관련 정보와 법률 제정 현황 등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