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배그) 모바일'이 인도 시장을 접수했다. 매출 순위와 e스포츠 양면에서 게이머와 업계인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어 '차세대 게임 시장 공략'이란 본사의 비전에 확실한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인도 뭄바이 SVP(Sardar Vallabhbhai Patel) 경기장에선 지난 13일 e스포츠 프로 대회 '배그 모바일 인도 시리즈' 결승전이 개최됐다. 총 사흘간 열린 이번 대회에는 매일 약 4500명의 관람객이 빼곡히 들어찼고, 유튜브에 게재된 결승전 영상은 하루만에 조회수 10만회를 돌파했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인도 현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배그 모바일 인도'는 올 8월 이후 지속적으로 매출 1위, 인기 순위조차 20위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10월 초 잠시 경쟁작인 가레나의 '프리 파이어'에 순위를 내줬으나 단 하루에 불과했다.
인기 게임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도 다수가 배그 모바일을 다루고 있다. 현직 프로게이머 조나단 아마랄(Jonathan Amaral)은 유튜브 기준 550만명의 구독자를 유치했다. '스낵스(Snax)' 라즈 바르마(Raj Varma), 'Lolzzz' 야쉬 타커(Yash Thakker) 등 배그 모바일 인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100만 유튜버도 적지 않다.
인도 현지 매체들은 게임 기사 제목에서 크래프톤을 으레 'BGMI(배그 모바일 인도) 퍼블리셔'로 부르는 등 이 게임은 하나의 '대명사'가 됐다. '디펜스 더비'나 '로드 투 발러' 등 크래프톤의 타 게임을 소개하면서도 "BGMI 퍼블리셔의 새 도전", "BGMI와는 다른 매력" 등의 제목으로 다뤄진다.
배그 모바일 인도 흥행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정부 기관이 이용을 금지했음에도 불구, 게이머와 업계인들이 자발적으로 서비스 재개를 요청했다는 점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7월 '배그 모바일 인도'가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에서 서비스 되는 것을 중단했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원작 배그 모바일의 배급사가 외교적 갈등 관계에 놓인 중국의 텐센트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는 설, 게임중독을 문제 삼았다는 설 등이 제기됐다.
정부의 조치 이후 현지 매체에선 '배그 모바일 인도'의 서비스 재개에 관한 루머가 끊임없이 다뤄졌고, 서비스 재개를 요구하는 현지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올 5월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정부 장관이 한국에 찾았을 때 재외 인도인 모임 디아스포라에서 크래프톤측과 접촉했다. 이 자리에서 장관은 "인도 아이들이 한국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고, 같은 달 26일 배그 모바일 인도의 서비스가 재개됐다.
인도 현지 매체 애니메이션 엑스프레스(Animation Xpress)에 따르면 배그 모바일 인도의 서비스 재개에 현지 프로게임단과 게임 경기 중계 채널 스카이e스포츠, 크래프톤의 투자를 받은 노드윈 게이밍 등 직접적인 파트너들은 물론 게임 전용 소셜 커뮤니티 클랜(Qlan), 아시아e스포츠연맹의 관계자까지 서비스 재개를 환영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크래프톤은 이러한 현지 반응에 적극적인 투자와 파트너십 발굴로 호응한다는 방침이다. 올 8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크래프톤은 "향후 2, 3년 안에 인도 현지에 2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달 초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최대 10개 스타트업에 각 2억원을 지원하는 '크래프톤 인도 게이밍 인큐베이터(KIGI)'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오는 26일에는 국내 '배그 모바일' 프로게이머들을 인도 현지에 초청하는 '인도·한국 인비테이셔널' e스포츠 친선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