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나 작년 강릉에서 결승전 열렸을 때는 갈 염두가 안 났는데, 그나마 가까운 곳에서 열린다고 해서 큰 맘 먹고 왔죠. 경기 보러 온 김에 대전 명물 '성심당' 들려서 빵도 사가려고요."
대전컨벤션센터에서 20일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 줄여서 LCK 결승전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팬 유군이 한 말이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그는 친구 셋과 함께 현장을 찾아 자신이 응원하는 젠지e스포츠의 굿즈를 구매했다.
LCK는 2012년 처음으로 개최된 이래 올해로 열 두 번째를 맞이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 리그 '서머 스플릿' 최종전에선 3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앞뒀던 디펜딩 챔피언 젠지 e스포츠, 11번째 우승컵을 노리는 명가 T1과 통신사 라이벌 KT 롤스터 등 인기팀들이 모두 모여 주목을 받았다.
본 경기는 T1과 KT의 19일 최종결승진출전, 경기의 승팀이 젠지와 맞붙는 20일 결승전으로 구성됐다. T1은 라이벌 KT를 5세트 꽉 찬 접전 끝에 3:2로 꺾고 결승에 올랐고, 그런 T1을 젠지가 3:0으로 제압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전컨벤션센터 경기장은 총 8000명 정원 규모로, 관람석은 6500석이 배정됐다.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티켓팅에서 양일 총합 1만3000석은 당연하다는 듯 매진됐다.
LCK 관계자에 따르면 최종결승진출전·결승전과 이에 더해 18일부터 열린 '팬 페스타'에는 티켓을 구매한 고객에 9000명을 더한 약 2만2000명이 찾았다. 본 경기가 없던 금요일 전야제 행사에만 3000여 명의 관람객들이 찾아 행사를 즐겼다.
특히 현장에는 주요 게이머층인 젊은 남성 못지 않게 여성 팬들도 거의 비슷한 비율로 눈에 띄었다. 커플 손님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찾은 가족 손님, 외국인 손님들도 더러 있었다. 오직 LCK만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e스포츠 관광단'은 대형 버스까지 빌려 행사장을 찾을 정도였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번 LCK 결승전 유치에 성공한 후 "대전시는 e스포츠 허브 도시로 부상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e스포츠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대전시는 대회의 쾌적한 진행을 위해 본 경기장은 컨벤션센터 제2전시장, 팬 페스타를 위한 전시 부스는 제1전시장으로 이원화했다.
최근 국내에서 연달아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게임 등 서브컬처 행사를 겨냥하고 범죄를 예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22일 '원신' 여름 축제에서도 한 네티즌이 폭탄 테러를 예고, 약 4시간에 걸쳐 행사가 중지되고 경찰 병력이 행사장을 수색했던 사례가 있었다.
대전시는 경기장 내외에 보안요원과 경찰 인력을 대규모로 배치해 보안을 강화했다. 현장에 고의로 흉기를 지참해 온 사례나 안전 사고 등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LCK는 지난해 서머 스플릿 결승전을 강원도 강릉아레나에서 개최했다. LCK가 수도권이나 부산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결승전을 개최한 것, 본 경기를 앞둔 전야제 행사 '팬 페스타'를 선보인 것 모두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결승 당일 관람객 1만명을 포함 총 1만7000여 명의 관람객이 강릉 아레나를 다녀갔다.
이러한 성공적인 개최에 힘입어 LCK는 올 초 "상반기 결승전은 수도권, 하반기 결승전은 비 수도권에서 개최하는 복안을 세웠다"며 결승전 개최 도시 공개 모집에 나섰다.
앞서 올 1월 31일부터 2월 17일까지 진행된 1차 공모에선 10곳 이상의 지방 자치단체가 개최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광역시 외에도 광주광역시와 경상북도 경주시가 최종 후보로서 경합했던 만큼, 내년에도 적지 않은 지자체에서 e스포츠에 관심을 보일 전망이다.
LCK 외에도 올해에는 세계 각국 성적 상위 팀들이 모이는 국제 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 이른바 '롤드컵' 역시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는 10월 10일부터 11월 19일까지 열릴 이번 월드 챔피언십은 서울 LCK 공식 경기장 LOL파크 외에도 강서구 KBS아레나와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서울 고척 스카이돔 등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