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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대란' 트위터에 등 돌리는 이용자들…"스스로 안락사시킨 꼴"

세계적 접속 오류에 조회수 제한 정책…원인은 챗GPT발 '악성 이용자'?
'스레드' 등 대안 플랫폼 찾는 이용자들…콘텐츠 기업 간접 피해 속출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7-06 17:56

트위터에선 이달 1일부터 'API 이용 제한 초과'로 인한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트위터 측은 공식적으로 계정들의 일일 트윗 조회 가능 횟수를 제한했으며 6일까지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진=언스플래시이미지 확대보기
트위터에선 이달 1일부터 'API 이용 제한 초과'로 인한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트위터 측은 공식적으로 계정들의 일일 트윗 조회 가능 횟수를 제한했으며 6일까지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진=언스플래시
올 7월 들어 발생한 트위터의 범 세계적 접속 오류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일주일 가까이 장기화된 가운데 '유료 이용 유도' 논란까지 겹쳐 이용자들의 대규모 이탈까지 일어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선 이달 1일 밤부터 트위터에서 'API 이용 제한 초과'로 접속 오류가 발생한다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접속 오류에 대해 트위터 지주사 X코퍼레이션의 일론 머스크 회장은 2일 오전 2시(한국 시각 기준) "시스템 조작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일일 트윗 조회 가능 횟수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트윗 조회 가능 횟수는 구체적으로 인증 계정(월 1만원 정액제 '파란 마크', 월 130만원 기업용 인증제 '금색 마크', 공공기관용 '회색 마크') 기준 6000개, 일반 회원은 600개, 신규 회원은 300개로 지정됐다. 이는 이후 각각 1만 개·1000개·500개로 완화됐다.
접속 오류가 지속되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조회 횟수 제한 정책이 더해져 이용자들은 "유료 구독제를 강제로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기에 4일에는 기존의 트위터 파생 클라이언트 '트윗 덱'에 업데이트를 적용하고 "30일 뒤부턴 '파란 마크' 이상의 이용자만 트윗 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공지가 올라와 더욱 논란이 거세졌다.

린다 야카리노 트위터 대표는 사태 발생 나흘 만인 5일 "스팸 계정과 악성 봇 등이 대응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며 "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별도 공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지 시점이 다소 늦었고 작업 완료 기한도 명시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 지주사 X코퍼레이션의 일론 머스크 회장.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트위터 지주사 X코퍼레이션의 일론 머스크 회장. 사진=AP통신·뉴시스

트위터의 접속 오류 장기화에 이용자들은 대안 플랫폼 탐색에 나섰다. 트위터의 창립주 잭 도시가 2021년 선보인 소셜미디어 '블루스카이', 독일의 2016년산 오픈소스형 소셜미디어 '마스토돈', 일본의 탈중앙화형 소셜미디어 '미스키'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메타플랫폼스는 6일, 인스타그램과 연동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 '스레드'를 선보였다.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세계 100여 국가에서 이용 가능한 이 서비스는 최대 500자의 텍스트, 5분 길이의 영상 등 짧은 콘텐츠 중심의 소셜미디어란 점에서 출시 전부터 '트위터'의 대항마로 꼽혔다.

다만 이러한 '대안 플랫폼'들이 실제로 트위터의 위치를 대신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자연히 트위터를 자주 활용하던 네티즌들은 물론 주요 소통 채널로 활용하던 콘텐츠 사업자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에선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등 '서브컬처' 팬들의 불만이 높다. 한 1인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카페나 트게더, 인스타 등이 활성화된 한국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라며 "해외 스트리머들은 대부분 트위터를 공식 게시판처럼 활용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정보망이 완전히 날아간 기분"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서브컬처의 종주국이자 트위터가 '국민 SNS'로 통하는 일본은 더욱 상황이 좋지 않다. 넥슨 '블루 아카이브' 일본 서버에는 트위터 계정 연동 접속 서비스가 중단되며, 이를 현지 퍼블리셔 요스타나 애플의 ID로 대체해야 한다는 공지문이 올라왔다. 반다이남코의 유명 게임 IP '아이돌마스터' 공식 계정은 파란 마크를 취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트위터에서 잠시 삭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네티즌 '쉘든 장'은 트위터의 API 접속 오류 문제의 원인이 기술적 오류에 의한 '자체적 디도스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쉘든 장 마스토돈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네티즌 '쉘든 장'은 트위터의 API 접속 오류 문제의 원인이 기술적 오류에 의한 '자체적 디도스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쉘든 장 마스토돈 캡처

이번 'API 대란'의 원인으로 트위터는 '악성 이용자'를 지목했다. 일론 머스크 회장은 지난 1일,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가 접속 오류에 대해 비판하자 "수백 개의 집단이 우리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스크랩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언급한 '스크랩'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짐작된다. 그는 올 3월 챗GPT 기반 기업용 API(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서비스가 발표된 직후 꾸준히 "생성형 AI들이 트위터의 데이터를 마음대로 스크랩해 간다"며 공개적인 불만을 내비쳐왔다.

업계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핑계일 뿐'이라는 시선이 많다. 사태 초기에는 머스크가 클라우드 서버 사업자인 구글에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아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는 루머도 제기됐으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6월 초 린다 대표가 취임한 후 미지불한 계약금은 모두 지불됐다.

자신이 '풀스택 개발자(프론트엔드·백엔드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개발자)'라고 소개한 네티즌 쉘든 장은 마스토돈 계정에 움직이는 GIF 이미지 파일을 첨부한 게시물과 함께 "접속 오류의 원인은 순전히 트윗 조회수 제한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트위터는 트윗 조회수 제한에 걸린 계정이 게시물을 열람하지 못하게 막았으나, 서버에 열람 요청을 하는 과정 자체는 막지 않는 기술적 오류를 범했다. 이로 인해 조회수 한도에 이른 계정이 게시물 열람 요청을 반복하는 상황이 벌어져 서버 과부하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의 시바 바이디아나탄 미디어학 교수는 영국 매체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번 사건으로 트위터는 스스로를 안락사(Mercy Killing)시켰다"고 평했다.

바이디아나탄 교수는 "머스크는 유료 이용자들에게 '무료 이용자보다 덜 성가신 경험'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지만, 그가 올해 내내 실제로 보여준 것은 모두의 서비스를 저하시킨 것뿐"이라며 "트위터를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려는 이들은 물론, 즐겁게 만들고자 노력하려는 이들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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