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애플워치 이후 9년간의 공백을 깨고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라는 새로운 개념의 신제품을 지난 5일(현지시간) 출시했다. 혼합현실은 현실세계에 3차원(3D) 가상물체를 겹친 증간현실(AR)을 확장한 개념으로, 비전프로는 현실과 가상 세계간의 상호작용을 가능케해주는 애플의 신무기다.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자 IT업체들은 애플이 비전프로에 사용한 기술들과 부품을 궁금해하고 있다. 과거에도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전례가 없던 기술과 부품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바 있기 때문이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애플 비전프로에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이 다수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LG디스플레이는 비전프로의 외부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메인 협력사인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와 맥북 등에 OLED 패널을 공급 중이다.
다만 애플 비전프로의 메인 디스플레이는 소니가 제조한 마이크로 OLED를 사용한다. 소니의 마이크로 OLED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만든 제품으로, '올레도스(OLEDoS)'로도 불린다. 해당 제품은 LG디스플레이가 이미 TV패널으로 생산 중인 W-OLED와 유사한 제품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향후 LG디스플레이가 애플비전프로의 마이크로 OLED의 공급을 맡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팀 쿡은 애플비전프로를 '공간 컴퓨터'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애플비전프로에는 동작과 공간을 인식하는 카메라와 센서가 적용됐는데, 이중 공간을 인식하는 모듈인 비행시간측정(ToF) 모듈이 바로 LG이노텍의 제품으로 파악됐다. 애플은 아이폰에 2020년부터 ToF 모듈을 탑재해왔는데, LG이노텍이 해당 모듈을 납품 중이다.
애플비전프로의 두뇌로는 애플이 자체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장착됐다. 애플의 AP에는 연산기능을 수행하는 M2프로세서와 다양한 정보를 화면에 구현하는 R1프로세서가 장착됐다. 이중 M2 프로세서에 사용되는 반도체 패키징 기판은 삼성전기의 FC-BGA 제품으로 알려졌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비전프로는 우리나라 제품들과 일본, 중국 부품들이 다양하게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삼성과 LG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애플비전프로에 사용되는 마이크로OLED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만큼 향후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