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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는 부끄러운 직장"...잇단 파열음에 블리즈컨 부활도 '시큰둥'

블리자드, 4년 만에 '블리즈컨' 11월 3일 오프라인 개최 확정
부실 업데이트에 말바꾸기…잇단 논란에 뿔난 게이머들

이원용 기자

기사입력 : 2023-05-19 08:55

'블리즈컨 2019' 현장 이미지. 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미지 확대보기
'블리즈컨 2019' 현장 이미지. 사진=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블리자드)의 연례 행사 블리즈컨이 4년 만에 정상 개최를 확정지었다. 한국의 '국민 게임사'로 꼽히던 회사의 행사 발표이나, 팬들은 사측의 연이은 실망스러운 행보를 이유로 이번 행사에 등을 돌리고 있다.

블리자드 측은 18일 "미국 시각 기준 오는 11월 3일부터 이틀 동안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블리즈컨'을 개최한다"며 "보다 자세한 정보는 다음달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디아블로 4', '오버워치 2' 등의 개발 사실을 발표한 후 4년만의 정상 개최다.

그간 블리즈컨은 그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글로벌 유행과 사내 성추문 논란 등으로 인해 개최에 난항을 겪었다. 2020년과 2022년에는 행사 자체가 백지화됐으며 2021년에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된 가운데 '디아블로 2 레저렉션' 외 별다른 신작이 없어 '팥 없는 찐빵'이란 비판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블리자드의 모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려는 시도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 또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영국 경쟁·시장관리국(CMA)는 지난달 이번 인수 건을 'MS의 클라우드 게임 시장 독점 우려'를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양사는 당초 목표였던 올 6월 이내 인수 계약 마무리를 철회하고 법적 대응을 통해 장기전에 돌입했다.

회사 내외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4년 만에 정상 개최되는 행사인 만큼, 이번 블리즈컨은 회사 입장에서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블리자드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오리지널 IP 기반 생존 게임 신작, 일명 '오디세이'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들이 본격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4년 만에 돌아온 게임 행사이나, 게이머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특히 지난 17일 아론 켈러 오버워치2 디렉터의 인터뷰로 '말바꾸기' 논란이 일어난 점, 18일에는 블리즈컨 개최일만 확정됐을 뿐이라는 점 때문에 "게이머들의 부정적인 여론에 급하게 개최일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이른바 '언론 플레이'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블리자드는 당초 2019년 블리즈컨에서 '오버워치2'를 공개할 때 전작에 비해 PvE(이용자 사이 협동) 콘텐츠를 대폭 보강, △게임 속 세계관의 핵심 서사 포함 △높은 자유도 △진행에 따라 영웅이 성장 등의 콘텐츠로 구성된 담은 '영웅 임무'를 선보인다고 약속했다.

아론 켈런 디렉터 역시 지난해 10월 오버워치2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출시 시점에 "내년 첫 패치에 PvE 모드를 추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달 17일 미국 매체 게임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켈런 디렉터는 "2019년 당시 발표된 PvE 모드는 백지화됐다"며 전작 오버워치에서도 선보인 '스토리 임무' 유형의 콘텐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블리자드가 패치, 업데이트 면에서 부실한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 2' 협동전 콘텐츠는 출시 10주년을 맞은 2020년 10월 공식적으로 업데이트 중단을 선언했다. 이듬해에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역시 업데이트가 중단됐다.

2020년 1월에 출시한 리메이크작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에 원작에는 없던 게임 강제 종료 현상, 한글 자막 출력 오류 등 원작에는 없던 버그들이 대거 생겨난 것 또한 논란이 됐다. 블리자드는 플레이 타임에 무관하게 구매가를 환불해주는 조치로 대응해야 했다.

아론 켈러 오버워치 2 디렉터. 사진=블리자드 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아론 켈러 오버워치 2 디렉터. 사진=블리자드 유튜브

블리자드가 이토록 흔들리는 이유에 관해 몇 해 동안 이어진 논란으로 인한 인력난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의 빅테크들 사이에서 '감원 바람'이 불고 있는데, 블리자드는 오히려 인력을 구하고 싶어도 개발자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블리자드의 간판 IP로 꼽히는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개발진은 경영진의 재택 근무를 백지화하는 이른바 'RTO(Return to Office)' 정책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임원진에게만 집중된 수익 보상 체계 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오버워치2 팀의 시니어급 개발자인 딜런 스나이더는 트위터에서 "10년 동안 게임 업계에 머물렀지만 이 곳처럼 경영진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며 "사람들이 회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려 하지만 리더들은 유연하지도, 정당하지도 않은 모습만 보이고 있다"고 비판에 나섰다.

잇단 논란이 불거지자 마이크 이바라 블리자드 대표 또한 트위터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그는 "블리자드 개발진이 내리는 결정과 밸런스를 잡기 위한 노력들을 항상 지지하고 있다"며 "특히 오버워치 팀은 플레이어들에게 훌륭한 경험을 선사하려는 야망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켈런 디렉터와 더불어 게임스팟 인터뷰에 함께한 자레드 노이스 프로듀서(PD) 역시 "PvP 중심의 기본 콘텐츠와 PvE 콘텐츠 개발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깨달았다는 취지의 인터뷰였을 뿐"이라며 "RTO 정책 등이 오버워치2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기존에 발표한 내용과 다른 형태일 뿐, 근사한 PvE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보다 자세한 내용을 오는 19일 공식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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