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스타트업 브렉스, 스타트업에 긴급 대출 제공 발표

1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한 후 '대화형 AI'인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스타트업에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스타트업 및 기술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던 SVB는 주가가 하락하고 예금자들이 하루 만에 420억 달러(약 54조7176억원)를 인출하자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SVB가 결국 지난 10일 파산하면서 SVB에 의존하던 캘리포니아 기술 기업가들은 급여를 어떻게 지급할지 걱정하고 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 CEO 개리 탄은 이번 파산을 "기술 업계에서 잠재적으로 멸종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불렀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마케팅 전략 수립, 자금 조달,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술기업들은 스타트업을 살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샘 올트먼은 자신의 사비로 여러 스타트업에 긴급 자금을 지원해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회사가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방사선 스타트업 래드AI(Rad AI) CEO 독토르 거슨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그냥 샘 올트먼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올트먼은 한두 시간 만에 직원 급여 지급을 위해 최소 10만 달러(약 1억3028만원)의 긴급 자금을 제공한다며 여유가 생기면 자금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남겼다.
거슨은 SVB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약 65명의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돈이 없다고 말했다. 거슨은 "많은 사람들이 월급으로 생활해야 한다. 그들은 지불해야 할 모기지와 청구서가 있다"고 말했다.
거슨의 벤처 파트너는 앞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핫라인에서 8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SVB에서 자금을 이체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던 중 거슨은 올트먼의 트위터 게시물을 보게 됐다. 거슨은 "여기서 놀라운 점은 올트먼이 우리 회사의 투자자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올트먼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올트먼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정말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나를 도와준 투자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항상 보답하려고 노력한다"고 대답했다.
샘 올트먼의 동생 잭 올트먼은 11일 트위터에 "샘은 오늘도 어려운 스타트업에 아무런 조건 없이 돈을 보내주고 있다. 정말 레전드다"라고 글을 올렸다.
올트먼은 다른 스타트업에 제공한 금액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거슨은 최소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제공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스타트업 브렉스의 공동 CEO 엔히크 두부그라스도 다른 스타트업에 긴급 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두부그라스는 주말 동안 거의 1000개의 기업으로부터 15억 달러(약 1조9542억원) 이상의 대출 신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부그라스는 "우리는 내일이 끝나기 전에 대출기관과 계약을 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규모 스타트업도 다른 기업을 돕기 위해 동참하고 있다. 약 30명의 직원을 둔 스트리크(Streak) 설립자 알림 마와니는 SVB가 파산한 10일 직원 급여를 걱정하는 다른 소규모 스타트업에 조건 없이 개인 현금을 빌려주겠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마와니는 인터뷰에서 "나는 창업자이기 때문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밤까지 약 22만 명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3500명 이상의 최고경영자와 창업자들이 와이 콤비네이터가 시작한 청원서에 서명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향후 30일 이내에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위험에 처한 중소기업으로 알려졌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직접 예금자를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청원은 지역 은행에 대한 더 강력한 규제 감독 및 자본 요건과 SVB 경영진의 위법행위 또는 잘못된 관리에 대해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청원은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벤처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에 단기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로워카본 캐피털을 포함한 일부 투자사는 SVB에 자금이 묶여 있는 포트폴리오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하기도 했다.
샘 올트먼은 회사에 얼마나 기부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기부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올트먼은 "SVB가 주말 동안 인수자를 찾지 못하거나 대출을 받지 못하더라도 보증금으로 가지고 있는 많은 돈을 창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트먼은 "하지만 그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실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직원들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