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라는 단어의 창안자로 알려진 SF(사이언스 픽션) 작가 닐 스티븐슨이 고글·헤드셋 등 머리에 착용하는 가상증강현실(VR·AR) 기구는 메타버스 필수품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매체 복스(Vox)의 피터 카프카 기자가 현지 시각 6일 스포티파이에서 진행한 팟캐스트 '레코드 미디어'에 출연한 스티븐슨 작가는 "초기 메타버스 시장은 고글이 아닌 평면 스크린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닐 스티븐슨 작가는 1992년 SF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미래 사람들이 이용하는 가상현실 게임의 이름을 '현실을 뛰어넘은(Meta) 세상(Universe)'이란 뜻의 '메타버스'라고 붙였다. 그의 소설 속 게이머들은 VR 고글을 이용해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것으로 묘사됐는데 31년 만에 자신의 소설 속 내용을 부정한 셈이다.
스티븐슨이 말한 '고글'은 VR·AR 고글은 물론 현재 보편화된 HMD(머리 탑재형 디스플레이) 형태의 VR헤드셋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는 "최근 '아바타' 영화 아이맥스판을 시청하기 위해 VR헤드셋을 썼는데, 1시간 30분만에 피로감이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고글이란 비행사나 수영선수 등이 작업을 위해 잠깐 착용하는 것"이라며 "고글과 같은 특수 장비를 착용하고 느끼는 것이 아무리 훌륭하고 근사하다 해도 1시간 이상 착용하는 것은 보편적으로 즐거운 경험이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글의 반례로 안경을 든 스티븐슨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안경을 쓰고 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이는 VR 장비들이 일반적인 안경 수준으로 경량화돼야 메타버스 시장의 필수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초기 메타버스가 평면 스크린을 위주로 돌아갈 것이라 주장하는 이유로는 비디오 게임을 지목했다. 스티븐슨 작가는 "게임은 이미 평면 스크린 속에 근사한 3D 그래픽 가상 세계를 구현했고 게이머들은 그 곳에서 몇 시간 이상을 보낸다"며 "이와 같이 초기 메타버스 시장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크린을 통해 3D 가상 세계를 이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