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국 업체가 개발했거나 특정 중국 업체와의 연관성이 있는 게임이나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비판이 늘고 있다. 개별 앱에 대한 규제를 넘어 중국산 앱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 초부터 국내외 이용자층을 상대로 '광고 없는 소셜 미디어'로서 인기를 모으고 있던 소셜 앱 '본디'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불거지며 탈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발사가 내건 이용 조항에 '귀하의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복사·전제·수정되고 불법적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동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본디가 내세운 이러한 조항은 법적으로 앱 개발사가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 정부 인정을 받은 네트워크에 보관할 것을 의무화한 중국계 앱들이 자주 추가해 놓은 조항이다. 본디의 개발사 메타드림의 소재지가 흔히 중국계 스타트업들이 자주 설립되는 싱가포르라는 점, 본디가 과거 중국 소셜 앱 '젤리'와 유사점이 많다는 것 등도 이 앱이 '중국산'일 것이라는 논란을 키우고 있다.
메타드림 측은 이에 관해 "젤리의 운영사 트루리(True.ly)의 지적재산권을 인수한 것, 일부 중국 직원들이 메타드림에 합류한 것은 사실"이라며 해명했다. 그러나 본디의 특허 출원국이 중국이라는 점, 본디가 영문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 태국 등 아시아 지역 일부에서만 서비스되고 미국 등 서구권에선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한 해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국내 등 글로벌 지역에 서비스를 개시, 서브컬처 마니아 층의 인기를 끈 게임 '무기미도' 역시 개발사 쯔이네트워크가 중국의 페이퍼 게임즈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페이퍼 게임즈는 지난 2020년 11월 게임 '샤이닝니키'에 한복 스킨을 내놓아 한복을 중국의 전통문화로 둔갑시키는 '문화 동북공정'을 시도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업체다. 페이퍼게임즈는 "현지화에 도움을 받기 위해 중국 내 'A 회사'의 한국 쪽 인력을 채용한 것"이라 해명했으나 관련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앱에 대한 국내 이용자들의 피로감 호소는 오랜 기간 계속 되고 있다. 한국인과 중국인 네티즌들 사이의 지속적인 반목 외에도 앞서 언급한 '개인정보 수집' 관련 문제, 소셜 미디어 이용시 지속적으로 나오는 저질·허위 광고 등도 중요한 이유로 지적된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문화 동북공정' 시도는 이러한 '혐중' 정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앞서 언급한 샤이닝니키 외에도 지난해 초, 중국계 게임 '꽃피는 달빛'이 국산 게임 '걸 글로브'의 한복을 도용했다는 논란이 일어났다. 해당 게임사는 논란 직후 급히 국내 서비스를 중단해 '먹튀' 논란도 일어났다.
중국산 앱들의 잇단 논란과 중국 정부의 판호(온라인 게임 출판 허가 심사번호) 발급 문제 등에 지속적으로 비판을 제기해온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평했다.
세계 각국에선 중국 앱들의 이러한 문제를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올 초 기준 50개주 중 31개 주정부가 정보 보안을 이유로 공공 업무용 기기에서 '틱톡' 등 중국 앱 서비스를 금지했다. 2020년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인 인도는 최근 몇년 간 수백개의 중국계 앱의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중단했다.
국내에서도 중국 앱에 대한 규제를 위한 게임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나온 사례도 있다. 2020년 12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헌 의원의 법안은 해외 게임사가 국내에 게임을 유통할 때 국내 대리인을 두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김승수 의원의 법안은 규제를 위반한 광고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게임물을 정부 차원에서 폐기·삭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두 법안은 각각 국회 소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 계류중이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중국 앱들이 한국 시장에서 문제를 일으킨지 오래지만 관련 기관이 사후 단속만 하는 수준의 대응만 계속되고 있어 국내 이용자들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문제 의식을 갖고 보다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