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들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해제된 후 재산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속도를 늘리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공동 부유’ 정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로 중국 부자들은 개인 재산을 해외로 이전시키고 있다.
한 때 중국 부자들은 자산을 홍콩으로 이전시키는 것을 선호했지만, 중국 당국이 특별자치구인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함에 따라 중국 부자들은 싱가포르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중국 금융중심으로 불리는 상하이를 포함한 주요 도시가 코로나19로 대규모 봉쇄될 때 투자 이민 컨설턴트업체, 자산관리회사와 패밀리오피스 고문들은 “자산을 해외로 이전시키려는 중국 부자들의 자문량이 대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12월에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고 3년 만에 국경을 재개한 이후 중국 부자들의 자산 이전 계획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이민 컨설턴트업체 헨리파트너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1월의 자문량이 전월 대비 600% 폭증했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의 요셉 판 교수는 “자산을 해외로 이전시키는 현상은 코로나19 정책과 중국 공산당이 인민 생활·자유를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부자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산을 해외로 이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컨설턴트는 “상하이 2500만명을 대상으로 외출을 제한시켰던 것과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규제는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고객들은 자산 이전 속도를 높였다”며 “고객들은 홍콩 아니면 싱가포르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3번째 임기 내에 권력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세계 2대 경제체인 중국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덩샤오핑 전 주석이 1980년대에 행사한 개방·개혁 정책과 정반대된다.
시진핑 정부는 마카오 카지노의 VIP 사업을 포함한 자본에 대한 통제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규제 단속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일부 중국 IT 대기업들은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요셉 판은 “시진핑 주석 취임 후 전 주석이 실시한 정책은 완전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다.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달에 개최한 세계경제포럼에서 중국의 ‘공동부유’ 정책에 대한 우려를 낮추려고 시도했다.
류허 부총리는 “공동부유 정책은 평등주의 혹은 복지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공동부유 정책에 대한 우려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 부자들이 서방국가의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일부 중국 기업가들은 긴장도 높아지는 국제 관계에 휩쓸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후룬연구소의 후룬은 “중국 기업가들은 지정학적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자산과 생활 방식이 유럽·미주·호주 등에서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헨리앤드파트너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고액 자산가 1만800명이 떠났고, 그들의 개인 자산은 최소 100만 달러(약 12억7700만 원)에 달했다.
또 홍콩의 주민과 외국인도 지속적으로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싱가포르의 외국인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주민은 2800명이 증가했다.
싱가포르 금융관리국의 데이터에서 싱가포르의 패밀리오피스는 2020년과 2021년 동안 2배로 급증한 700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덴톤스 로디크 앤드 다비드슨의 로 시아 멩(Loh Kia Meng) CEO는 “지난해 싱가포르에 설립한 새로운 패밀리오피스 중 절반은 중국 다완구 출신”이라고 추측했다. 다완구는 마카오, 홍콩과 중국 광저주·선전 등 지역을 가리킨다.
자산관리 고문은 “싱가포르는 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새로운 5년 비자 계획을 출시했다”며 “부유한 중국인들은 해당 계획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중국인들이 싱가포르에서 설립한 역외 신탁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23% 증가 폭을 웃돌았고, 지난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핸리앤드파트너스의 대변인은 “예전에 중국인들은 싱가포르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지만, 홍콩에 대한 통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싱가포르는 중국인의 피난처가 됐다”고 말했다.
양지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vxqha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