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닥친 가운데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MZ 세대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현상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MZ 세대에 속한 미국 성인 3명 가운데 한명꼴로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방식으로 생활고를 헤쳐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美 MZ세대 31%,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 받아
26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은 미국의 다국적 자산관리업체 크레딧카르마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다.
크레딧카르마가 18세 이상 MZ 세대 소비자 1008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26일부터 31일까지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부모를 둔 MZ 세대의 31%가 부모로부터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법을 들여다보면 MZ 세대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부모의 51%는 자녀와 함께 동거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48%는 함께 사는 대신에 생계비의 일부나 전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적용한 생계비에는 자동차 할부금과 통신비를 비롯한 각종 공과금이 포함됐다.
또 이들 부모의 24%는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는 방식으로, 23%는 월세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20%는 신용카드를 내주는 방식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자녀를 돕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자녀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부모의 경우 상당수가 자녀를 돕는 바람에 자신의 살림살이도 팍팍해졌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속한 부모의 49%가 일상적인 생활비 지출을 줄여야 했다고 밝혔고 41%가 은퇴 이후를 위해 모으는 돈을 줄여야 했다고 밝혔다.
아직 생업을 유지하고 있는 부모의 경우 30%가 일하는 시간을 늘리거나 은퇴 시점을 늦추기로 결정했고 심지어 빚까지 진 부모도 2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경제적으로 돕는 이유에 대해 이번 조사에 참여한 부모의 45%는 “부모로서 돕는게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가운데 39%는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고 31%는 “구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라고 답했다.
크레딧카르마의 코트니 알레브 소비금융 담당자는 “전에는 자녀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 휴대폰 요금 내는 것을 가끔 도와주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도와주는 간격도 줄어들고 도와줘야 하는 일도 크게 넓어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와 동거하는 MZ 세대 급증세
MZ 세대가 부모와 동거하는 현상은 이미 지난 2020년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부메랑 키즈’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역대급으로 확산됐으나 최근에는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전했다.
코로나 국면에서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나 학자금 대출 관련 금융부담을 덜기 위한 차원에서 부모 집에 들어가 사는 경우가 흔했다면 최근에는 역대급 고물가 여파로 월세를 비롯한 생활비가 급등하면서 부모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그 결과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기초로 지난 1971년부터 지난해까지 부모와 18~29세의 젊은 자녀가 동거하는 비율의 추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0년간 그 비율이 4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고 미국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그 비율이 18%나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