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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돋보기] 중국 사재기에 불똥 튄 韓 감기약, 왜?

국내 원료의약품 수입 비중 80%가 중국…감기약 대부분도 中원료
中 봉쇄 완화 후 감기약 사재기…정부 통제 가능성 농후, 감기약 품귀 가능성 UP

이재현 기자

기사입력 : 2022-12-17 08:00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감기약(감기 증상 완화제) 중 해열진통제로 시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제에 대해 긴급생산 명령을 발동했다. 이 약의 품귀 사태가 재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약국에서 판매 중인 감기약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감기약(감기 증상 완화제) 중 해열진통제로 시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제에 대해 긴급생산 명령을 발동했다. 이 약의 품귀 사태가 재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 약국에서 판매 중인 감기약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루엔자(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 이 시작되면서 감기약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감기약 품귀현상이 발생하자 정부와 제약사는 감기약 생산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입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을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으로 지정하고 18개 제약사에 긴급 생산·수입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성분은 해열진통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이번 명령은 겨울철 감기약 공급난 해소를 위한 방침이었습니다.

정부가 감기약 생산에 직접 나선 배경에는 중국이 있습니다. 국내 감기약 원료의 주 수입원이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국내 원료의약품 수출입현황을 살피면 중국 의존률은 약 80%로 인도와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에 명령을 받은 18개 제약사들 역시 대부분이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해 감기약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中내부사정이 韓 감기약 생산 문제로


그렇다면 중국에서 감기약 원료를 수입하는 것과 국내의 생산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가장 주목할 것은 최근 중국 정부가 코로나 봉쇄를 해제하면서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지난 7일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사재기로 감기약 품귀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실제 중국에 거주 중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장기간 봉쇄가 다시 진행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사람들이 감기약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약품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내 감기약 품귀 현상이 심화될 경우 원료 수출을 중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중국이라는 나라 특성상 정부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만약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의약품 부족을 이유로 원료수출을 막아버리면 관련된 기업들은 해당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국내 생산량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선제 방어에 나섰습니다. 지난 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공문을 보내 중국 방역 완화에 따라 감기약 원료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업체들의 원료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해달라고 당부한 것인데요.

비슷한 사례는 유럽에서도 있었죠. 에너지난으로 공장가동이 어려워진 유럽의 경우 대륙 전역에 걸쳐 항생제 부족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가벼운 증세부터 위중한 질환까지 널리 쓰이는 항생제 부족으로 인해 환자들은 속출하고 있으나 현재 유럽 생산량은 항생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입니다.

◆ 생산성 늘리기 위해 약가올렸지만…냉담한 제약사들

이를 염두한 우리 식약처는 코로나19과 겨울철 감기 수요를 감안해 국내 제약사들에게 생산량 증가를 요구한 것입니다. 당근 요법으로 그간 턱없이 낮았던 감기약에 대한 가격 인상도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제약사들의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상한금액을 1년간 한시적으로 최대 20원까지 가산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제조사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조제용 감기약 생산량이 늘어나면 오히려 일반의약품 감기약 생산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 약가를 올렸지만 약가 자체가 워낙 낮기 때문에 큰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며 "원료수급에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는 과도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제약사들은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 증산해 전량을 판매했지만 제약사들 주요 매출에는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비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5~10배가량의 물량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최대한 공급했지만 전체 매출의 5%로 코로나 전에 비해 2% 증가한 수준"이라며 "중소제약사들은 워낙 매출이 적어 판매량 증가가 눈에 띄겠지만 대형 제약사들은 주요 매출에 잡히지 못할 수준의 미미한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대형제약사인 한미약품이나 종근당도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 증산에 협력해 대량 판매했지만 재무재표에 주요 제품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단기적으론 생산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입니다. 긴급 생산 명령을 받은 제약사들에게 원료 현황에 대해 문의한 결과 구체적인 물량은 말할 수 없지만 당분간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제 생산은 가능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더군요. 일반적으로 원료를 들여올 때 장기 계약으로 다량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국 정부 선택에 따라 향후 생산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선 인도나 일본 등에서 원료를 수입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물꼬를 틀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비싼 원가 때문에 지금의 약가로는 제약사들이 손해라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동안 감기약은 '금(金)기약'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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