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호텔 살리기에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를 구원투수로 낙점했다. 당초 실적 둔화와 홈쇼핑업계 최초 방송중지란 위기대응 능력 헛점을 드러내면서 교체설이 나왔지만, 신 회장의 선택은 전략적 재배치였다. 내부적으로 장기간 검증된 마케팅 전문가를 통해 멈춰선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작업 퍼즐에 속도를 붙이겠단 의도로 해석된다.
1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완신 대표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이번 인사로 이 대표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와 롯데호텔 대표를 겸직한다. 이 대표는 탁월한 마케팅 역량 및 고객 관점의 시각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의 사업변화와 혁신 동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960년생인 이 대표는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 석사, 건국대학교 벤처경영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지역 점장을 거쳐 2012년 롯데백화점 본점장을 맡았다. 2017년부터 롯데홈쇼핑 대표를 맡아 왔다.
◆'마케팅 DNA', 성장 정체된 호텔사업에 불어 넣는다
지난 198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30여년간 백화점업에 몸담았던 이 대표는 롯데홈쇼핑 ‘구원투수’로 영입된 주인공이었지만, 실적 둔화가 그의 행보에 발목을 잡아왔다. 취임 직후 실시한 과감한 마케팅 행보가 추락했던 회사 위상과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실력을 인정받았으나 코로나19 여파를 빗겨가지 못한 영향이 컸다.
실제 롯데홈쇼핑은 2016년 영업이익이 700억원대에서 2017년 이후 1000억원으로 급증했고 2020년에는 125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8.5% 감소(1020억원)한데 이어 올해 3분기 누적 역시 전년 동기보다 10.1%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홈쇼핑 역사상 최초로 방송 정지 제재를 받으면서 신상필벌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여겨졌던 롯데인사에서 교체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백화점 부문에서 키운 마케팅 역량을 성장 정체를 겪고 있는 호텔군 사업변화와 혁신에 불어 넣는 특명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호텔 사업군이 최근 '엔데믹' 전환과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청신호가 켜졌고 본격적인 마케팅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룹은 실질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호텔롯데를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단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실적부진이 길어지면서 상장 시계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통상 3개년 실적평균으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2년뒤에나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 대표는 '마케팅 달인' 수식어가 따라 붙는 정통 '롯데맨'으로 앞서 롯데월드몰과 송파구청의 '러버덕 프로젝트' 기획 총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침체된 소비심리 속 출장 세일 행사인 '롯데판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연속으로 흥행시켜 실력을 입증받은 바 있다. 이 같은 능력을 바탕으로 롯데홈쇼핑의 '패션 고급화'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했고 소통경영을 이어가며 이전 대표의 불미스런 비리 연루로 추락한 이미지를 끌어 올리는 데도성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5년간 롯데홈쇼핑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 대표의 감각과 능력을 인정해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 셈"이라며 "서비스 및 마케팅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의 손길을 통해 롯데의 호텔 사업군이 어떻게 변해갈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의 자리 이동으로 기존 롯데그룹 호텔군 안세진 총괄대표는 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이동해 그룹 전체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 방향 수립에 집중한다. 또 공석이 된 롯데홈쇼핑 대표에는 김재겸 전무(전 롯데홈쇼핑 TV사업본부장)가 자리한다. 김재겸 신임 롯데홈쇼핑 대표는 기존 홈쇼핑 영역을 뛰어넘어 미디어커머스 리딩 기업으로서 본격적인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