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정기임원인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통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여타 유통그룹들의 인사가 마무리된 상황에 가장 늦게 발표되는 만큼 신동빈 회장이 꺼낼 인사카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롯데건설발 유동성 위기와 계열사 실적부진에 안정보다 쇄신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신 회장이 장고 끝에 내린 한수에 초점이 모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인사는 15일이 유력시 되고 있다. 현재 롯데지주를 비롯한 각 계열사들은 지난 14일부터 차례로 이사회를 진행중이다. 통상 롯데그룹은 이사회 열고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한다.
당초 롯데 정기 인사는 11월 24~25일 전후가 예정됐으나 20여일 밀렸다. 지난 10월 예년 보다 빠르게 인사 평가를 진행한 뒤 마무리도 한 상태였지만, 롯데건설 발 유동성 위기 등으로 지연됐다. 게다가 지난달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가 자금경색에 따른 책임으로 자진 사퇴를 하면서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던 박현철 사장이 롯데건설에 긴급 투입됐고 연쇄적인 인사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20여일 늦어진 롯데그룹 인사, 관전 포인트 셋
공석이 된 경영개선실장 자리는 이번 인사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ESG경영혁신실은 그룹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라면, 경영개선실은 미래 전략에 대한 투자 방향 등을 재점검하고 그룹사 감사와 경영진단을 맡는 조직이다.
이 때문에 경영개선실장은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특히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로 주요 계열사가 수혈에 나서며 그룹 전반의 재부 부담이 커진 상황에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경영개선실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동안 경영개선실장 자리는 내부에 전통한 감사통이 맡아왔던 만큼 올해도 내부에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2017년 4월 롯데지주가 출범한 뒤 역대 경영개선실 수장으로 지낸 김재화·박현철 전 경영개선실장(사장) 모두 과거 롯데그룹의 핵심 부서 중 하나였던 정책본부 출신이었다. 김 전 사장은 롯데로직스틱 대표를 거쳐 정책본부 감사실을 맡았고 롯데건설 대표로 이동한 박 사장은 롯데건설로 입사해 정책본부에서 운영팀장을 지낸 바 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인사 방향이다. 롯데는 올해 글로벌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적 조직 운영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신상필벌’ 원칙의 ‘쇄신안’을 들고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부침을 겪는 계열사들의 대표의 거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내년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수장들이 대표적이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경영진은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 △남창희 롯데수퍼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이갑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 △차우철 롯데GRS 대표 등이다.
이번 인사에 '신상필벌' 원칙이 적용될 경우 황영근 대표와 나영호 롯데온 대표 교체설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3분까지 10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87% 급감하면서 7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창사 이래 첫 적자가 예상되는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체질개선을 위해 희망퇴직까지 실시했다. 롯데온의 경우 출범 후 줄곧 적자를 거듭 중이다. 올 3분기 롯데온 영업손실은 378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 누적 영업손실만 1323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상무도 이번 인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관심사다. 신 상무는 올해 베트남 출장에 동행하는 등 공식 행사에서 신 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키운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초보다 늦어진 롯데그룹의 인사 시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유통재계는 내년도 경기 여건이 그 어느때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년보다 빠른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CJ그룹은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 맞아 정기인사를 작년보다 두 달 앞당긴 지난 10월 실시한뒤 3일만에 사장단들을 불러모았고,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 역시 11월까지 임원인사를 끝내는 등 속도감 있게 실행했다. 내부 조직을 먼저 가다듬고 내년 이후 그룹 성장을 위한 비전과 미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그룹의 성장 전략과 실행방안을 숙고하자는 의미에서였다.
재계 관계자는 “인사가 결정 후 내년도 사업 과제와 계획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 인사 속도가 빨라지는데 롯데의 인사가 늦춰지며 인사 방향 역시 모호해지고 있다”면서 “당초 안정을 추구할 것으로 점쳐졌는데 현재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